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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의 산책

​그윽한 풍경소리

"그윽한 풍경 소리"특별한 연고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40년 전, 남편의 초창기 유학 시절에 함께 지냈던 친구 부부를 찾아서 전주에 다녀 왔다.

첫 날 저녁, 개인집을 유럽 스타일로 꾸민 레스토랑에서 퓨전 스타일의 스테이크를 맛보며 귀빈 대접을 받았다. 다음날 아침에는 빌린 한복을 입고 삼삼오오 젊은이들이 몰려다니는 한옥마을 골목들을 둘러 보았다.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여러나라 모자들이 이채롭게 전시되어 있는 '모자 박물관'에 들어가 보았다. 요것 조것 써 보다가 맘에 드는 가벼운 모자를 하나 사서 근사하게(?) 쓰고 햇살을 헤치며 걸어 다녔다.

어디서인가 들려 오는 은은한 종소리를 따라가 보니,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정겨운 중년의 아저씨가 '풍경'들과 '종'들을 가득 실은 수레를 흔들며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와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여러 모양의 '풍경'들과, 손으로 쳐야 노래를 부르는 수십가지 서로 다른 모양의 '종'들이 제 각각 춤을 추면서 멋진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며 속삭이는 그윽한 그 소리를 우리집 처마 밑에서도 들을 수 있을까 하여, 조그만 '풍경' 하나, 그리고 손님이 현관 문으로 들어 올 때 마다, 청아한 종소리로 반기고 싶은 마음에, 푸른 빛이 도는 '종'을 하나 샀다.

어느덧 점심 때가 되어 '콩나물 국밥'을 맛보러 전주에서 제일 맛있다는 식당에 갔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 콩나물을 키운다. 물만 주면 날마다 쑥쑥 자라는 노오란 얼굴이 마냥 귀엽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콩나물국과 그 무침나물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콩나물을 좋아했지만, 나는 학교 다닐 때, 늘 맨 앞줄에 앉았으며, 별명도 도토리이다. 아버지는 키가 훌쩍 크셔서 학창시절에 농구를 하셨지만, 4남매 중에서 나 혼자만 자그마하신 어머니를 닮은 것이다. 본고장 전주에서 맛본 '원조 콩나물 국밥'은 담백하고 깔끔했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노랗고 통통한 콩나물이 누워있고, 그 위로 파를 송송 썰어 얹고, 김가루를 살짝 뿌린 진국이었다.

서울로 돌아 오는 길, 기차역에서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센배이'를 한 보따리 샀다. 어렸을 적에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먹었던, 구순의 어머니가 지금도 좋아하시는 추억의 과자. 40여년 전 남편과 첫 만남 때 서울 광교에 있던 '풍년제과'에서 곰보빵, 앙꼬빵과 고소한 센배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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