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nah"의 산책

호숫가 산책길

우리집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한적한 호수가 있다. 그 옆으로 오솔길이 길게 펼쳐진다. 예전에 기찻길이 있었는지 거의 직선으로 두 사람이 두 팔을 펴고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제법 넓은 길이다. 지난해의 낙엽들이 흙이 되어 폭신한 길을 따라 가면, 부서진 자갈이 깔려 있어서 발자국을 옮길 때 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친구의 말소리 처럼 정답다. 조금 더 가면 나무 뿌리가 뱀처럼 길바닥을 기어 다녀서 넘어질세라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야한다.

남편과 나란히 가다가도 길 가의 우거진 수풀 때문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 줄로 걸어 가야 한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호수의 푸른 미소를 바라보며 끝까지 갔다가 돌아 오면 대략 50분이 걸린다. 오가는 길에 어린 뱀이 겁먹고 기어 달아나기도 하고, 물가에 큰 거북이가 앉아서 여기 저기 굴러 다니는 도토리를 바라 보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짐승 울음 소리에 사방을 둘러 보면, 홀로 사색하며 가는 사람, 개와 동무하며 달려 가는 사람, 담소하며 천천히 걷는 노부부, 길 가 벤치에 양반다리 하고 마주 앉아 성경공부하는 두 여인도 있다. 가끔은 말을 타고 허리를 반듯이 세우고 말발굽 흔적을 남기고 의연하게 달려 가는 남자도 보인다.

오색으로 곱게 물든 채 구르는 낙엽을 집어 본다. 내 삶의 마지막은 어떤 색 일까?
꽃다운 20대에 부모 형제 뒤로 하고 남편 하나 믿고 이국 땅에 온 지 수십년, 이제 환갑 진갑 다 지나고 여기 저기 몸도 예전 같지 않다. 건강 때문에 산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걷는 것이 하루의 즐거운 일과가 되었다. 주님의 은혜로 여기 까지 왔으나, 돌아 보니 떠나온 곳은 아득하고 이제 남은 길이 멀지 않았다. 비단길도 있었고 자갈길도 그리고 울며 걸었던 길도 있었나 보다.

소녀 시절 노천명의 시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를 애송하며 그렇게 소박하게 그저 다른 이들 마음 아프게 하지 않고 사랑하면서 손잡고 가만가만 걸어 가고 싶었는데... 살아 오면서 나약하고 소심한 나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이들도 있었으리라. 그런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소중한 이들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오늘도 조심조심 남은 길을 걸어 가야겠다.

Boston Life Story

보스턴 라이프 스토리는 보스턴 한인들의 소소한 삶을 정감있게 표현하여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보스턴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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