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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녀 쥴리아를 기다리며…

​주언영 (서울 거주 중 텍사스 방문)

며늘아이가 말하기를 "어젯밤엔 쥴리아가 뱃속에서 잠을 자지않아 자다가 깨었어요. 그리곤 옆자리서 곤히 자는 남편을 바라봤는데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았어요" 한다. 잠자는 자기신랑이 너무 예뻐서 바라보느라 쓰다듬어주느라 한동안 깨어있었노라 했다.그녀의 눈빛은 빛났고, 볼은 상기되어 있고 ᆢ

 

난.씩~웃으며, 쥴리아를 품고 있어 '사랑 호르몬이 왕성하구나!'하고 장난을 쳤다. 난 얄미운 시어미다. 그녀에게선 행복냄새가 피어난다. 눈빛은 그야말로 달콤하기 그지없다.

 

아들은 저녁마다 케잌을 굽는다. 가난한 유학생은 전기밥솥으로 매번 다른맛의 빵을 구워 쥴리아와 쥴리아를 품은 사랑스런 아내를 위해 빵을 굽는다. 빵 좋아하는 며늘아이는 눈빛까지 반짝이며 '맛있어! 달콤해!'를 남발하며 그 밤에 그걸 다 먹는다. 그들을 바라보는 나는 행복하다. 문득 커피가 고픈 충동이 인다. 그 밤에 ᆢ 너무 달달하면, 쓴 커피로 입맛을 조절함을 배운 가엾은 중년이다.

30여년도 지난 팔십육년의 여름날!

포천의 작은 읍내 교장선생님댁 문간방에 이사온 새댁은 유독 입덧이 심했다. 푸른 모자에 달린 오만광촉 다이야몬드하나가 꿈 품은 청년에게야 벅찬 미래였겠지만, 강남 신사동 먹거리 천국서 짧은 입맛 미식가였던 젊디젊은 서울새댁은 몇날 몇칠 침대에 쪼그리고누워 사경을 헤맬지경이었다.

 

오락가락 화장실을 오가며 토를 해대고 빙글뱅글 돌아가는 낮디낮은 시골단칸방 현광등 달린 천정아래서 한달에 절반이상 훈련가고 수일을 진지공사 간 남편을 기다렸다. 후덥지근 작은방에 원망의 눈물에 짠맛을 느낄때쯤... 땀냄새와 먼지에 젖어 소위모자의 계급장만 보이며 까메진 얼굴로 겁먹은 놀란눈으로 들어서는 잘생긴 신랑을 보곤 정신이 아득해졌었다. '뭘 먹으면 될것같아? 귓가에 스치는 젊은남편의 울먹이는소리에 "김밥, 맛살넣고" 이후의, 기억은 없다.

 

쥴리아의 할아버지는 입짧은 작은아내를 위해 아내가 품은 까탈스런 아들을 위해 작은 읍내 허름한 부식가게를 돌고 돌아 단무지, 달걀, 시금치, 당근, 소세지를 샀다. 끝내 김발은 구하지 못했다. 깨소금으로 간한밥에 들기름냄새 풀풀 날리는 ... 전방의 작은 문간방 정지(부엌)에서 훈련 군복도 벗지못하곤 달그닥거리며 김발도 없이 투박한 김밥을 말았다. 보리물도 끓여 범프물을 받아담가 식혔다.

 

가냐린 어깨를 흔들며 "이거라도 먹어보자" 울먹이는 남편에 간신히 기대앉았다. 겨우 뜬 가녀린 눈으로 잘생긴 젊은남편이 흐미하게 들어왔다.

 

고약한 땀냄새를 뒤로하고 그의 가슴팍에 등대고 앉아, 찬물섞어 먹여가며 입에 넣어주던 김밥 몇알을....받아먹고나니, 정신이 살짝궁 돌아오는게 느껴졌다. 지금도 땀먼지찌든 검게탄 얼굴사이로 흐르며 반짝이는 눈물방울이 기억난다. 중년의 시어미에게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시절이 있었다. 그리움이  피어난다.

 

세상사는 돌고 돈다. 사랑은 모든것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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