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7회: 새라 티즈데일 (Sara Teasdale 1884-1933)

그동안 소개한 미국의 여류 시인 브래드스트리트(Bradstreet)와 디킨슨(Dickinson)은 그들이 죽은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지만 오늘 소개하는 티즈데일(Sara Teasdale 1884-1933)은 어려서부터 시 창작에 활발, 섬세하고 감미로운 서정시를 계속 출판하여 생전에 독자들로부터 널리 사랑 받았다.

 

티즈데일은 나이 26세부터 30세 사이에 여러 남성으로부터 구혼을 받았다. 그중에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 온 시인이 있었고 그녀의 시를 사랑해 온 사업가가 있었다. 시인이 어떻게 자기를 먹여 살리고 안정된 가정을 지탱해 나갈 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해서 사업가와 결혼을 하였다.

 

그러나 사업가는 잦은 출장으로 집을 너무나 오래 비웠기 때문에 그녀는 고독한 날을 보내게 되었고 드디어는 남편 몰래 이혼 수속을 마쳐 남편을 경악시켰다. 이혼 후에 옛 애인 시인한테 돌아가려 했으나 그는 이미 결혼해서 자식까지 두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사랑 대신 우정의 불을 피웠다. 시인은 경제적 부담을 많이 겪다가 몸까지 쇠약해져서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자살을 하게 되었고 2년 후에 그녀도 만성 신경 쇠약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잊으시구려> (Let It Be Forgotten) 는 지난 날의 사랑을 간결하게 시로 표현하였다. 별로 부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썼으며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노래하듯 읽을 수 있게 썼다.

 

話者는 과거의 어느 특별한 사건, 예를 들어 아름다웠던 추억이나 애인의 죽음 같은 것을 잊어버려야겠다고, 그래서 새로운 앞날을 기약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잊어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잊어버릴 수 없지만 모든 사람들에게는 잊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월이 지나가면 잊혀지겠지 하는 희망을 걸어 보는 것이다.

자, 읽어보자. 첫 聯에서는, 아름답던 꽃이 가을이 되어 시들고 없어지면 누구에게도 잊혀지듯이, 또 활활 타던 불꽃이 다 타고 재로 변하면 마찬가지로 잊혀지듯이, 화자의 기억도 없어진다고 直喩(simile)를 쓰고 있으며 시간이 이를 도와주리라 믿고 있다.

 

두번째 연에서는, 자신은 오래 오래 전에 잊어버렸다고 남들이 믿어 주기를 바라면서, 한번 더 꽃과 불에 비유할 뿐만 아니라, 눈길에 밟은 발자국이 봄이 오면서 녹아 없어지듯이 시간에 매낀다고 한다.

 

시의 구조를 보면, 두째 行과 네째 행이 gold, old 로, 여섯째 행과 여덜째 행이 ago, snow 로 끝나서 脚韻(rhyme)이 되었다. 마지막 두 행에서는 에프(f)로 시작하는 단어들 (flower, fire, footfall, forgotten) 을 나열하여 頭韻(alliteration)을 만들었다. 또 시간(time)을 의인화(personification)하였다. 잊어버린다는 단어(forgotten)를 계속 반복하여 뜻을 강조하고 운율있게 하였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움을 김소월도 <먼 후일>에서 표현하였다: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티즈데일의 <나는 당신 것이 아니어요> (I Am Not Yours) 를 소개한다. 나는 당신 것이 아니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아직도 내가 바라는 만큼 당신 것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밝은 태양 빛 아래서 촛불이 사라지듯이, 대양에 떨어지는 눈 한 송이가 물 속으로 녹아들 듯이 당신과 한 몸이 되어 오감을 잃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당신 속으로 잃어버려지지 않았다. 나를 미지근하게 사랑할 것이 아니라 화끈하게 사랑해 달라는 것이다.

 

한 낮에 켜진 촛불, 바다에 떨어지는 눈 한 송이 같은 像(imagery)을 그림 그리듯 했다. 짝수 행들이 脚韻을 이루고 있고 (be, sea; bright, light; blind, wind), 頭韻도 여러 행에서 찾아볼 수 있다 (Lost as a light is lost in light). 律도 철저히 지켜 모든 행들이 弱強四步(iambic tetrameter) 8音節로 되어있다.

 

티즈데일은 1884년에 세인트 루이즈에서 태어났다. 몸이 약해서 어려서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배웠다. 어려서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서 23세에 첫 시집을, 평생에 6권의 시집을 냈고 죽은 후에 또 한 권이 출판되었다. 그녀의 시는 간단명료(simplicity and clarity)하고, 고전적 형태를 고수했으며,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주제를 택했다. 나이가 들수록 그녀의 시는 기교가 넘쳤고 시적 감각이 짙어졌다. 퓰리처 상(Pulitzer Prize)을 받았고 미국시인협회에서 사랑의 시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계속)

 

 

<잊으시구려> (Let It Be Forgotten)

 

잊으시구려 꽃이 잊혀지는 것같이

한때 금빛으로 노래하던 불길이 잊혀지듯이

영원히 영원히 잊으시구려

시간은 친절한 친구, 그는 우리를 늙게 합니다.

 

Let it be forgotten, as a flower is forgotten,

Forgotten as a fire that once was singing gold,

Let it be forgotten forever and ever,

Time is a kind friend, he will make us old.

 

누가 묻거든 잊었다고

예전에 예전에 잊었다고,

꽃과 같이 불과 같이 오래 전에 잊혀진

눈 위의 고요한 발자국같이

 

If anyone asks, say it was forgotten

Long and long ago,

As a flower, as a fire, as a hushed footfall

In a long-forgotten snow.

 

(피천득 역)

 

 

<나는 당신 것이 아니어요> (I Am Not Yours)

 

나는 당신 것이 아니어요, 당신한테

빠지지 않았어요. 비록 빠지고 싶지만

한 낮에 켜진 촛불 같이

바다에 떨어지는 눈 한 송이 같이.

 

I am not yours, not lost in you,

Not lost, although I long to be

Lost as a candle lit at noon,

Lost as a snowflake in the sea.

 

당신은 날 사랑하지요, 그리고 나는 아직도

당신의 아름답고 빛나는 감정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나는 나입니다. 그러나 원하고 있어요

빛 한 줄이 밝은 빛 안에서 사라지듯이.

 

You love me, and I find you still

A spirit beautiful and bright,

Yet I am I, who long to be

Lost as a light is lost in light.

 

나를 사랑에 푹 빠지게 해 주어요. 나의 오감을

잃게 하고, 귀 멀고 눈 멀게 해 주어요

당신의 사랑의 폭풍으로 쓸어버려 주어요

전 속력으로 부는 바람 앞의 촛대같이.

 

Oh plunge me deep in love—put out

My senses, leave me deaf and blind,

Swept by the tempest of your love,

A taper in a rushing wind.

Boston Life Story TV

보스턴 라이프 스토리는 보스턴 한인들의 소소한 삶을 정감있게 표현하여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보스턴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이트 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