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6회: 에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86)

에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86)은 미국의 여류 시인이으로 휘트먼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 그녀의 조상은 청교도로서 일찍 미국에 이주해 와서 매서추세츠 동부 애머스트에 정착하였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애머스트 대학(Amherst college)을 거의 독자적으로 세운 분이다.

 

그녀는 대부분의 생애를 고향에서 부모 집에서 보냈다. 어려서는 활달한 소녀로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였으나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혼자 있기를 원했고 말년에는 흰 옷만 입고 침실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웃에게는 유별난 여성으로 알려졌다.

 

살아 있는 동안에 출판된 그녀의 시는 12편도 못된다. 그러나 시간 날 때마다 시를 써서 친지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몇 편씩 동봉해 주었고, 시들을 정서한 종이를 모아 실로 꿰매어 40여 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녀가 죽은 후에 발견 된 이 시집에는 1,800편이나 되는 시가 수록되어 있었다.

 

결혼은 한번도 안하고 독신으로 지냈다. 두 남성과 오래 동안 서신으로 사귀기는 했지만 사랑이었는지 우정이었는지 문학으로의 지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홀로 지내면서 사랑의 그리움, 사랑의 아름다움, 사랑의 희열을 동경하면서 시를 지었는데 오늘은 그녀의 정열적인 <격정의 밤> (Wild Night) 을 소개한다. 한번 읊어 보신 후에 다음을 읽으시기 바란다.

이 시에는 설명이 없다. 이야기가 없다. 대신 감탄사로 차 있다. 첫 聯에서는 애인과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램, 마음껏 제한 없이 사랑으로 한 밤을 지내고 싶은 애욕을 표현하고 있다. 영어 단어 luxury 는 '사치, 쾌락' 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고 고대어로 쓰이던 '색욕'(lust) 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두째 연에서는 온갖 폭풍을 이겨내고 항구에 도착한 한 쌍의 연인을 묘사하고 있다. 이제는 바람이 무서울 것도 없고, 그동안 써 왔던 나침반도, 항해 용 지도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항해는 끝났고 항구에서 둘은 한 몸, 한 마음이 되었다. (a heart in port)

마지막 연에는 많은 단어들이 생략되어 있다 (영어로 ellipsis 가 되어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빠진 말들을 상상하여 뜻을 파악하여야 한다. 배를 젓는 기분으로 성교를 아름다운 에덴 동산에서 하는데 (첫째 行), 마치 파도치는 해변가에서 하듯이, 마치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 의 테일러와 랭캐스터의 해변가에서의 정사같이 (두째 행), 정말로 오늘 밤은 당신 안에 내가 들어가 있으면 오죽 좋을까 (세째와 네째행) 라는 것이다. 이 시가 출판 될 때 시인의 친구이자 편집자인 히긴슨(Higginson)은 독자들이 시인의 뜻 이상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지 않을까 하고 걱정까지 하였다. 걱정대로 시의 話者가  남자라고 주장하는 독자도 있다.

 

이 시를 종교적 경험의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애인은 하느님이다. 하느님과 직접 통화를 한다는 기독교 신비주의자들은 하느님과 통화를 하면서 성적 희열과 비슷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들은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미칠듯한 기쁨과 황홀에 넘쳐서 하느님께 "저를 찔러 주십시오" 라던가 "제 영혼을 꿰뚫어 주십시오" 라고 부르짖는다. 이렇게 하느님과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희열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조각가 베르니니(Bernini)의 <성 데레사의 희열> 같이 해석하는 것이다.

 

다음은 <진실을 모두 말해라 하지만 비스듬히 말해라> (Tell 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 를 소개한다. 우리는 법정에 서면 <성경>을 손에 들고 맹세한다. 진실을 말하겠다고, 모든 진실을, 그리고 진실 만을 말하겠다고 맹세한다. (I swear by almighty God to tell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 솔직하고 군 말이 없이 직선적으로 진술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디킨슨은 진실을 완곡하게 (in Circuit) 나타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이 번개칠 때 놀래지 않게 하려면 번개의 무서운 힘을 말 할 것이 아니라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 처럼 또 친절하게 설명하라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번개의 진실을 받아들일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인 우리도 진실 앞에서는 이를 인식할 만큼 강하지 못하다 (infirm delight). 천둥같이 눈부신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강한 눈이 우리에게 없기 때문에, 경사지게 (slant) 빛을 쪼여주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에서도 直喩(As lightning ...), 隱喩(light), 引喩(lightning) 를 써서 정곡(point blank)을 활로 쏘듯 하지 않고 빙빙 주위를 돌면서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다. 더 나아가서, 시를 쓸 때도 진실을 돌려서 말하여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 같다. 

 

脚韻은 짝수 行에서 지켰다 (lies, surprise; kind, blind). 1행과 3행에서는 slantdelight 로 끝나는데 완전 각운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운을 slant rhyme 이라고 부른다. 1행의 slant 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slant rhyme 을 쓴 것 같다. 頭韻(superb, surprise)과 中間韻(bright, delight)도 이용하였다. 홀수의 행은 弱強四步(Tell 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이고 짝수의 행은 弱強三步(Suc cess in Cir cuit lies) 이다.

 

디킨슨은 유난히 대쉬 (dash --) 를 많이 썼고 대문자로 시작하는 보통명사를 자주 썼으며, 문법도 어긴 경우가 많아서 새 판이 나올 때 마다 수정을 많이 받았다. 이 시에서도 끝을 마침표(period) 로 끝내지 않고 대쉬를 썼는데 좀 더 생각해보라고, 여운을 남기려고, 문을 확 닫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작별 연설하면서 period 가 아니고 comma 라고 했듯이. 語順을 바꾸기도 했다 (Success lies in circuit, With kind explanation 이 올바른 순서이다).  (계속)

 

 

<격정의 밤> (Wild Nights!)

 

격정의 밤! 격정의 밤!

당신과 함께 있다면

격정의 밤은

우리 애욕의 만족!

 

Wild nights -- Wild nights!

Were I with thee

Wild nights should be

Our luxury!

 

바람도 힘이 없어

항구에 정박한 우리 마음에는,

이제는 나침반도 필요 없고

항해 용 지도도 필요 없어.

 

Futile -- the winds --

To a heart in port --

Done with the compass --

Done with the chart!

 

에덴에서 노 저을 수 있다면!

아! 바다의 파도!

오늘 밤엔 오로지

당신 안에 묻힐 수 있다면!

 

Rowing in Eden --

Ah, the sea!

Might I but -- Tonight --

In thee!

 

 

<진실을 모두 말해라 하지만 비스듬히 말해라>

(Tell 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

 

진실을 모두 말해라 하지만 비스듬히 말해라 -

돌려서 말해야 성공한다.

진실은 너무나도 놀랄만 하기 때문에

연약한 즐거움에는 너무나 눈부신다.

 

Tell 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 —

Success in Circuit lies

Too bright for our infirm Delight

The Truth's superb surprise

 

번개에 관해서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야

어린이들이 안심하듯이

진실은 점진적으로 눈부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을 눈 멀게 한다 --

 

As Lightning to the Children eased

With explanation kind

The Truth must dazzle gradually

Or every man be blind —

Boston Lif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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