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시인들에게는 시적 영감을 준 여인들이 많이 있었다. 단테에게는 베아트리체가 있었고, 페트라르카에게는 라우라가 있었다.

 

    단테는 9살 때 이웃 집으로 이사 온 소녀 베아트리체한테 첫눈에 반했다. 두번째로 만난 것은 9년 후, 친구들과 같이 걸어 오는 그녀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그녀가 21세에 은행가와 결혼한 후에도, 결혼 생활 3년만에 젊은 나이로 죽고 나서도, 단테 자신이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어도, 그녀에 대한 한결 같은 사랑은 꺼질 줄 몰랐다. 그래서 <새로운 삶>이라는 시집을 만들어 그녀를 찬양했고 <신곡> 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작품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그녀의 인도를 받으며 천국을 동행하였다.

 

    페트라르카는 23살에 17살 된 라우라를 성당에서 본 순간 사랑에 빠져 구혼하였다. 라우라는 이미 2년 전에 은행가와 결혼한 몸이었기 때문에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성당에서, 길거리에서 그녀를 훔쳐보며 지냈다. 몇년 후 타지로 떠났다가 33세가 되었을 때 그녀 근처에 있으려고 보클뤼즈(Vaucluse)라는 작은 마을에 살면서 그녀에 대한 순정을 시로 읊었다. 이 시들을 모아서 <칸조니에레>를 내 놓았고 죽을 때 까지 보완하였다.

 

    오늘 소개하려는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에게는 모드 곤(Maud Gonne)이 있었다. 그녀는 예이츠보다 한 살 아래로 미모의 배우였다. 아이얼런드의 독립을 위한 활동가였으며 애인과 함께 딸까지 가지고 있었다. 예이츠는 26세부터 10년 동안 4번이나 끈질기게 구혼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더구나 곤이 독립 운동하고 있던 군인과 결혼을 하자 상처는 더 깊어졌다.

 

    예이츠는 52세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려고 결심하였다. 그당시 곤은 옥고도 치루고 건강도 안 좋고 약에 의존하고 있어서 부인 감으로는 적합하지 않았으나 도리상 또 구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곤이 거절하자 곤의 딸에게 구혼하였는데 딸도 거절하였다.

곤과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으나 그녀로 말미아마 많은 사랑의 시가 쏟아져 나왔다. 곤을 장미에, 트로이의 헬런에, 희랍의 여신들에 비유하면서 시를 썼다. 예이츠가 곤과 같이 있지 못해 불행하다는 편지를 보내자 곤은 다음과 같이 답장을 썼다:

 

"불행하다니요. 당신은 행복합니다. 저 때문에 불행하다면서 아름다운 시를 많이 쓰며 행복을 만끽하지 않았습니까! 결혼이란 진부한 것입니다. 시인들은 결혼해선 안되지요. 제가 당신과 결혼 안한 것을 이 세상 사람들은 저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하늘의 융단>은 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 시이다. 랄리 경(Sir Raleigh)이 갑진 옷을 벗어 여왕이 행차할 때 길에 깔아 놓았듯이, 아름다운 하늘을 곤의 발 밑에 깔아주고 싶다. 얼마나 아름다운 하늘인가! 낮에는 티하나 없는 파란 하늘, 밤에는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찬 하늘, 낮에는 해의 황금빛, 밤에는 달의 은빛! 그러나 불가능한 일, 대신 곤에 대한 꿈을 깔아 놓았다. 꿈이 깨지지 않게, 꿈이 깨지더라도 상처를 덜 받게 사뿐히 밟아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읽어보자. (이재호 역을 많이 바꾸었다.)

 

<하늘의 융단> 이재호 역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하늘은 아름답게 수놓은 융단,

금빛과 은빛으로 짜여 있고

파랗고 희뿌옇고 검기도 하며

밤과 낮과 어스름으로 된 이 융단이 내게 있다면,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그대의 발 밑에 깔아 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은 오로지 꿈 뿐;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렸으니;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내 꿈을 밟는 것이오니.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제1行에서 아름다운 하늘을 the sky 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해서 the heavens 라고 승격시켰는데 그렇다고 천당을 뜻한 것은 아니고 아름다운 하늘로 상상하게끔 하였다. 제6행에서 가난하다는 말은 부유하지 못해서 세상의 모든것을 줄 수도 없고, 신이 아니라서 하늘의 융단을 깔 능력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脚韻은 abab cdcd 인데 동일한 단어로 맞추었다 (cloth light cloth light; feet dreams feet dreams). 母音韻을 4행에 썼고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7-8행에도 써서 (spread tread) 음악적 효과를 늘렸다.

 

    <하늘의 융단>을 서정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비교해 보자. <진달래꽃>도 8행으로 된 짧은 시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은 진달래꽃을 깔아 놓았다. 진달래꽃은 님에 대한 사랑, 어찌 이 사랑을 무자비하게 밟아 버리고 떠날 수 있으랴! 밟지 말라는 애원보다 더 간곡한 호소이다. 마찬가지로 예이츠는 꿈을 깔아 놓았다. 꿈은 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자하는 애타는 마음, 제발 이 마음 받아 달라는 호소이다. 김소월과 예이츠는 이 호소를 "사뿐히 밟으소서" 라고 하였다.

 

    예이츠는 모드 곤 다음으로 아이얼런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무척 사랑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 미국 시인 소로(Thoreau)가 쓴 <월든> (Walden: the Life in the Wood) 을 읽었다. 이 책은 소로가 보스턴의 교외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 집을 짓고 살면서 자연을 노래한 작품이다. (소로의 통나무 집은 지금도 많은 방문객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자신도 자연에 묻혀 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자라서 도시 생활을 하다가 문뜩 그 때를 생각하며 지은 시가 <이니즈프리 호수의 섬>이다.

 

<이니즈프리 호수의 섬> 역자 미상

The Lake Isle of Innisfree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 지어,

아홉 이랑 콩밭 일구어, 꿀벌 치면서

벌들 잉잉 우는 숲에 나 홀로 살리.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거기 평화 깃들어, 고요히 날개 펴고,

귀뚜라미 우는 아침 놀 타고 평화는 오리.

밤중조차 환하고, 낮엔 보라빛 어리는 곳,

저녁에는 방울새 날개 소리 들리는 거기.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일어나 지금 가리, 밤에나 또 낮에나

호수물 찰랑이는 그윽한 소리 듣노니

맨 길에서도, 회색 포장 길에 선 동안에도

가슴에 사무치는 물결 소리 듣노라.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시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四行三聯의 구조로 되어있다. 즉 네 행으로 한 연을 만들고 세 연으로 시를 끝낸다. 행의 길이는 즉 음절의 수는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각운을 살려 abab cdcd efef 가 되어 있다. 비교적 읽기 쉬운 시이다.

 

    예이츠는 아이얼런드 태생으로 모드 곤을 통해서 아이얼런드의 국수주의자가 되었고 모국의 문예 부흥 운동에 앞장서기도 하였다. 다음에 소개할 엘리엇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고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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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라이프 스토리는 보스턴 한인들의 소소한 삶을 정감있게 표현하여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보스턴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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