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로제티 (Christina Rossetti 1830-94)

로제티(Christina Rossetti 1830-94)의 가족은 모두 문학과 예술에 살았다. 부친은 시인이자 교수, 모친은 문학 애호가, 언니와 큰 오빠는 작가, 작은 오빠는 시인이자 화가였다. 특히 작은 오빠 단테는 새로운 화풍(Pre-Raphaelite)으로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동생을 자주 모델로 앉혔다.
로제티의 아버지는 이태리의 정치 망명객이었다. 항상 문을 개방하여 이태리의 문예인의 방문이 많았다. 로제티는 이런 분위기에서 자랐다. 신경쇠약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으나 어머니로부터 문학을 잘 배웠다. 글 쓰기 전에 벌써 이야기를 지어 어머니에게 들려 주었고 12살에 시집이 나왔다.
평생 혼자 살았다. 20세 되기 전에 화가와 약혼을 했었는데 약혼자가 가톨릭으로 개종해서 파혼을 했으며, 두번 째 구혼자인 언어 학자도 종교 문제로 거절하였다. 모친으로부터 신앙을 갖게 되었고 종교에 심취되어 결혼 문제까지 영향을 미쳤다.
31세에 발표한 시집 <도깨비 시장 外>가 크게 호평을 받았고 여류 시인으로서 지위를 굳게 다졌다. 사실상 일년 전에 죽은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후계자가 되었다. <도깨비 시장>은 아이들을 위해 쓴 동화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도깨비 같은 남자들이 처녀들을 꼬여 내고, 폭력이 만행하고. 상술이 부도덕적으로 흐르는 그 당시의 사회상을 비난했다. <도깨비 시장 外>에는 그녀가 19세 되었을 때 쓴 <기억해 주세요>가 실려있다.
<기억해 주세요>
Remember 조재훈 역
제가 떠나거든 기억해 주세요.
제가 침묵의 나라로 저 멀리 떠나거든요.
당신이 제 손을 더 이상 잡을 수 없고
돌아서려던 제가 다시 돌아서 머물 수 없을 때.
절 기억해 주세요. 계획해 둔 우리의 앞날을
당신이 제게 더 이상 말해 주지 못할 때.
그저 기억해 주세요. 당신도 아시겠죠
그때 가서 하소연하고 기도해야 늦다는 걸.
Remember me when I am gone away,
Gone far away into the silent land;
When you can no more hold me by the hand,
Nor I half turn to go, yet turning stay.
Remember me when no more day by day
You tell me of our future that you plann'd:
Only remember me; you understand
It will be late to counsel then or pray.
하지만 혹시나 한 동안 잊었다
나중에 생각났다 해도 슬퍼하진 마세요.
어둠과 타락이 한때 제가 지녔던
생각의 흔적을 남긴다 해도
당신이 절 기억하고 슬퍼하기보다는
잊어버리고 미소짓는 게 훨씬 나아요.
Yet if you should forget me for a while
And afterwards remember, do not grieve:
For if the darkness and corruption leave
A vestige of the thoughts that once I had,
Better by far you should forget and smile
Than that you should remember and be sad.
죽음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나오지 않지만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페트랄카 식의 소네트로서 첫 聯에서는기억해 달라고 하다가 두째 연에서는 잊어버리라고 한다. 애인이 자기를 기억하면서 슬퍼하고 고통을 느끼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day by day 는 future plan 에 붙는 수식어, corruption 은 시체가 부패한다는 고어, by far 는 much 라는 뜻이다. 弱強五步이다 (Re mem / ber me / when I / am gone / a way).
<노래>를 소개한다. <기억해 주세요>가 정열적 시기의 사랑이라면 <노래>는 완숙한 사랑을 노래한다.
<노래> Song 역자 미상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셔요
무덤의 머리맡에 장미꽃을 심어 꾸미지도 말고
그늘지는 사이프러스나무 같은 것도 심지 마셔요
When I am dead, my dearest,
Sing no sad songs for me;
Plant thou no roses at my head,
Nor shady cypress tree:
비를 맞고 이슬에 담뿍 젖어서
다만 푸른 풀들만 자라게 하셔요
그리고 당신이 원하신다면 나를 생각해주시고
잊고 싶으면 잊어주셔요
Be the green grass above me
With showers and dewdrops wet;
And if thou wilt, remember,
And if thou wilt, forget.
나는 푸른 그늘을 보지 못할 것이며
비 내리는 것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종달새의 귀여운 울음소리도
또한 나는 듣지 못할 겁니다
I shall not see the shadows,
I shall not feel the rain;
I shall not hear the nightingale
Sing on, as if in pain: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또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누워 꿈이나 꾸면서
다만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렵니다. 아니에요,
어쩌면 나도 당신을 잊을지 모르겠어요.
And dreaming through the twilight
That doth not rise nor set,
Haply I may remember,
And haply may forget.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이런 끈질긴 사랑을 소월은 <먼 후일>과 <못 잊어>로 표현하였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 이렇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 못 잊어 생각이 나겠어요 /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 어쩌면 생각이 나겠지요?"
마지막으로 <생일>을 소개한다. 첫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생일> A Birthday 역자 미상
내 마음은 노래하는 새 같아요
물오른 가지에 둥지를 튼 --
내 마음은 사과나무 같아요
주렁주렁 열매로 가지가 늘어진 --
내 마음은 무지개 빛 조가비 같아요
잔잔한 바다에서 노를 젓는 --
내 마음 이 모든 것들보다 더 기뻐요
내 사랑 내게 찾아왔거든요
My heart is like a singing bird
Whose nest is in a water'd shoot;
My heart is like an apple-tree
Whose boughs are bent with thick-set fruit;
My heart is like a rainbow shell
That paddles in a halcyon sea;
My heart is gladder than all these,
Because my love is come to me.
비단과 솜털로 단(壇)을 세워 주세요
다람쥐 모피와 자주색 천을 드리우고요
비둘기와 석류를 새겨주세요
백 개의 눈을 가진 공작과 함께 --
금빛 은빛 포도송이를 수놓아 주세요
잎새들과 은빛 백합도 함께 --
내 인생의 생일이 왔으니까요
내 사랑 내게 찾아 왔으니까요
Raise me a daïs of silk and down;
Hang it with vair and purple dyes;
Carve it in doves and pomegranates,
And peacocks with a hundred eyes;
Work it in gold and silver grapes,
In leaves and silver fleurs-de-lys;
Because the birthday of my life
Is come, my love is come to me.
Boston Life Story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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