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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로버트 브라우닝 (Robert Browning 1812-89)

박정희 장군과 군사 혁명을 일으킨 김종필 중령은 일생을 정치에 투신하였지만 어려서부터 예술을 무척 사랑했다. 아내에게 구혼할 때 사랑한다는 말 대신 브라우닝(Robert Browning 1812-89)의 시 한 수를 써 주었다. <한 마디만 더>에 나오는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라는 구절이다. 아내가 세상을 하직하였을 때는 결혼 금반지를 녹여 목걸이를 만들어 아내의 목에 걸어 주고 보냈으며, 아내의 무덤 앞에 이 시 구절을 적은 화분을 놔 두었다. 본인이 죽으면 국립묘지보다는 아내 옆에 묻히기를 원하고 있다. 고금을 통해 한국 남성 중에 김종필씨를 제일 멋지다고 하는 필자의 아내가 가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한 마디만 더>는 브라우닝의 대표작 <남과 여> (Men and Women)에 실려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50명의 남녀의 입으로 표현한다. 이 중에는, 살아있는 사람도, 죽은 사람도, 가상 인물도 있다. 이들은 한 편씩 맡아서 독백을 한다. 마지막 편이 <한 마디만 더>인데 브라우닝이 아내에 대한 사랑을 독백한다.

 

    배경을 뒤져보면, 화가 라파엘은 애인 마가리타에 대한 사랑을 그림을 그리지 않고 대신 시를 지어 주었고, 시인 단테는 애인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시로 표현하지 않고 그림으로 그렸다. 왜냐하면 억제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직업적 기교로는 표현할 수가 없고 단지 보통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될 성질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우닝도 시인으로서가 아니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한 번, 단 한 번, 오로지 한 사람, 엘리자베스를 위해서, 기교 없이 독백을 해 보자는 것이다.

<한 마디만 더>

One Word More

 

라파엘의 소네트와 단테의 그림이 어떻다고?

바로 이거지: 살아있고 사랑하는 어느 예술가도

한 번, 단 한번, 단 한 사람을 위해서

자기 사랑을 표현할 언어를 찾으려 하지

적합하고 공정하고 간단하고 충분한 표현을

이번만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교로써가 아니라

딴 사람에게 주어진 기교로써.

 

What of Rafael’s sonnets, Dante’s picture?

This: no artist lives and loves, that longs not

Once, and only once, and for one only,

(Ah, the prize!) to find his love a language

Fit and fair and simple and sufficient–

Using nature that’s an art to others,

Not, this one time, art that’s turned his nature.

 

그럼, 사랑하며 살고 있는 예술가는 아마도

천부의 재질을 버리려고 하지 않겠지

화가가 기꺼이 시를 쓰고 싶어 하겠어?

작가가 기꺼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겠어?

그렇지만,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해서

예술가의 본 직을 버리고 딴 기교를 써서

예술가가 아닌 보통 사람이 되어

예술가의 비애를 버리고 범인의 희열을 누리려 하겠지.

 

Ay, of all the artists living, loving,

None but would forego his proper dowry,–

Does he paint? he fain would write a poem,

Does he write? he fain would paint a picture,–

Put to proof art alien to the artist’s,

Once, and only once, and for one only,

So to be the man and leave the artist,

Gain the man’s joy, miss the artist’s sorrow.

 

    제1聯에서 prize 란 올림픽에서 금상을 탄 것 같이 엘리자베스를 얻었다는 말이겠다. 제2연에서, 두번째 행 forego his dowry 를 '천부의 재질을 버리려고' 라고 번역했지만 직역을 해 보면, '결혼할 때 신부가 가지고 온 지참금을 버리려고' 이다. 세번과 네번째 행에 나오는 faingladly 라는 뜻이다.

 

    어려운 시는 이 정도로 하고, 쉬운 시로 끝을 맺으려 한다. <밤중에 만나서>와 <새벽에 헤어지다>이다. 워낙은 하나로 된 시였던 것이 후일에 둘로 나뉘었다. 브라우닝이 엘리자베스와 남 몰래 만나며  사랑을 할 때 지은 시이다.

 

<밤중에 만나서> 역자 미상

Meeting at Night

 

회색 바다, 한없이 캄캄한 언덕,

금방 뜨려는 크고 노란 반달.

잔 물결은 잠에서 깨어나

둥근 고리 이루며 불꽃처럼 흩어진다.

나는 조각배를 몰아 샛강에 도착해서

물에 젖은 갯벌에서 배를 멈춘다.

 

The grey sea and the long black land;

And the yellow half-moon large and low;

And the startled little waves that leap

In fiery ringlets from their sleep,

As I gain the cove with pushing prow,       

And quench its speed i' the slushy sand.

 

바다 향기 그윽한 따스한 갯벌을 지나고

들판을 세 번 건너 농가에 이른다.

가벼이 창을 두드리면, 이어 성냥 켜는 소리.

타오르는 파란 불꽃.

목소리는 두 사람의 심장 합친 소리보다 낮고

기쁨과 두려움으로 마냥 설레이는구나.

 

Then a mile of warm sea-scented beach;

Three fields to cross till a farm appears;

A tap at the pane, the quick sharp scratch

And blue spurt of a lighted match,

And a voice less loud, thro' its joys and fears,

Than the two hearts beating each to each.

 

<새벽에 헤어지다>

Parting at Morning

 

만을 돌아서자 갑자기 바다가 나타나고

산 등성이 위로 태양이 보인다.

태양은 황금색 길을 똑바로 만들고

나는 인간 세상의 필요를 느낀다.

 

Round the cape of a sudden came the sea,

And the sun looked over the mountain's rim:

And straight was a path of gold for him,

And the need of a world of men for me.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해변을 따라 한 마일을 걸은 후에 들판 셋을 지나면 농가 하나가 나온다. 창문을 살짝 두드리면 안에서 촛불이 켜지고, 기쁨과 두려움으로 두 연인의 심장이 뛴다.

 

    첫 4 행에서 話者는 배를 몰면서 눈 앞에 전개되는 경치를 표현하고 있다. 3행에서 waves 를 의인화 했고 '잠에서 깨어나 불꽃처럼' 이란 표현으로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미리 암시했다. 5,6행에서 gainreach 란 뜻이고 quench its speed 는 stop 이란 뜻이다. 7,8행에서 농가에 오기까지의 힘들었던 여정을 설명했고, 9,10행에서 애인이 나오며, 마지막 두 행에서 두 연인의 심장 뛰는 소리가 여인의 속삭임보다 더 크게 들린다고 한다.

 

    격정의 밤은 지나고 새벽이 된다. 태양은 태양대로 그 빛을 뿌리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화자는 화자대로 그의 일과를 시작하려고 배를 젓는다. 어제 밤에는 여성을 뜻하는 달이 나왔고 오늘 아침에는 남성을 뜻하는 해가 돋는다. (이런 것을 竝行 parallelism 이라 한다.)

 

    韻律을 찾아보면, <한 마디만 더>는 頭韻은 좀 썼으나 脚韻이 없는 自由詩(blank verse)이고 <밤중에 만나서>와 <새벽에 헤어지다>는 定型詩라 볼 수 있다. 각운은 <만남>이 abccba deffed 이고 <헤어짐>이 abba 이다.

 

    브라우닝은, 엘리자베스가 반신 불수였고 병으로 인해 항상 진정제를 복용해야 하는 여인이었으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죽을 때까지 사랑했으며, 그녀가 죽고 나서도 28년을 홀로 살다가 죽었다. 그들의 사랑은 그의 말대로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다.

 

Let us say - not "Since we know, we love."

But rather "Since we love, we know enough."

 

    브라우닝은 <하멜른의 얼룩옷 입은 피리 부는 사나이> (The Pied Piper of Hamelin)도 썼다. 쥐들이 판을 치는 마을에 얼룩옷 입은 사나이가 와서 피리를 불면서 쥐들을 모두 강에 빠트려 죽였다. 약속한 대가를 받지 못하자 피리를 불면서 마을의 모든 아이들을 데리고 숲속으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는 엘리자베스가 죽은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 테니슨과 더불어 빅토리아 왕조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고 죽어서는 테니슨과 같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시인의 구석에 안장되었다. 원래는 엘리자베스 옆에 묻히고 싶어 했지만 공동묘지가 닫히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Boston Lif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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