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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22회 바이런 (George Gordon, Lord Byron 1788-1824) (2)

바이런이 세기의 바람둥이라는 것은 지난 주에 간단히 소개하였다. 한 때에는 여성 편력에 지쳤는지 제 정신이 들었는지는 잘 몰라도, 방종한 삶을 청산하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결혼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다방면으로 유능한 아나벨라와 결혼을 했다. 그러나 성격 차이로 싸움이 잦았고 일년 만에 "인생에 수많은 적을 만났지만, 아내여, 당신같은 적은 생전 처음이오" 라면서 이혼을 했다.

 

    방탕한 생활은 다시 시작되었고 난봉꾼 생활을 만끽하다 보니 29세 밖에 안 되었을 때 벌써 자신이 늙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제부터 보람있는 생활을 해야겠다는 뜻을 시로 표현한 것이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이다.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역자 미상

So, We'll Go No More a Roving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이토록 늦은 한밤중에,

지금도 사랑은 가슴 속에 깃들고

지금도 달빛은 훤하지만.

 

So, we'll go no more a roving

  So late into the night,

Though the heart be still as loving,

  And the moon be still as bright.

 

칼을 쓰면 칼집이 해어지고

정신을 쓰면 가슴이 헐고

심장도 숨 쉬려면 쉬어야 하고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 하니.

 

For the sword outwears its sheath,

  And the soul wears out the breast,

And the heart must pause to breathe,

  And love itself have rest.

 

밤은 사랑을 위해 있고

낮은 너무 빨리 돌아오지만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아련히 흐르는 달빛 사이를

 

Though the night was made for loving,

  And the day returns too soon,

Yet we'll go no more a roving

  By the light of the moon.

 

    제1聯: '헤매지 말자' 라는 roving 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인생의 목표없이 방황한다는 뜻, 술마시며 파티하면서 인생을 향락한다는 뜻, 이성과 무질서하게 성을 즐긴다는 뜻 등등. 제2行 '이토록 늦은 한밤중에' 에서 night 는 향락을 즐길 수 있는 밤으로 해석이 되지만 죽음으로 향하는 인생의 과정을 나타내고도 있다.

 

    제2연: 너무 헤매다 보면 피곤해지고 실증이 나는 것을, 칼을 많이 쓰면 칼집이 헐게 되고, 정신을 너무 쓰면 몸이 상한다고 은유하였다. 話者가 칼이냐 아니면 칼집이냐? 화자를 칼에 은유하였다면 너무 헤맸다는 뜻이고 칼집에 은유하였다면 몸이 지쳤다는 뜻일 것이다. 7행의 '심장도 숨 쉬려면 쉬어야 하고' 의 심장(heart)은 '내 마음은 돈이나 여자한테 있어' 라고 말할 때의 '마음'이다.

 

    제3연: '밤은 사랑을 위해 있고 낮은 너무 빨리 돌아오지만' 은 이스터 전 한달 동안 벌어지는 베니스의 카니발을 연상할 수 있다. 상 마르코 광장에서 가면을 쓰고 밤새도록 춤을 추며 파티를 한다. 바이런은 이 시를 쓸 때 베니스에서 살고 있었다.

 

    한 연이 네 행으로 되어있다. 시인들이 자주 쓰는 구조이다 (quatrain). 세 연으로 되어 있으니까 四行三聯, 즉 네 행으로 한 연을 만들고 세 연으로 시를 끝낸다. 행들은 대개 7 음절로 되어 있고 약약강 약강 약강, 이를 영어로 anapest(弱弱強) iambic(弱強) trimeter(三步)라고한다 (And the moon / be still / as bright). 脚韻은 abab cdcd aeae 이다. 母音韻도 있다(no roaming).

 

    바이런은 자기 답지 않게 놀랄만큼 순수하고 고결한 <그녀의 걸음은 아름다워라>를 남겼다. 어느 장례식에서 사촌의 부인을 만났는데 검은 옷을 입고 걷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날 밤에 쓴 시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를 꽃이나 태양이나 한 낮에 비교하지 않고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비교하였다. 읽어보자. (이재호 역을 조금 바꾸었다.)

 

<그녀의 걸음은 아름다워라> 이재호 역

She Walks in Beauty

 

그녀의 걸음은 아름다워라, 마치

구름 한점 없고 별 많은 밤 하늘처럼;

어둠과 밝음 중에 가장 좋은 색들이

그녀의 모습과 눈에 섞여 있다

대낮에 번쩍이는 빛과는 달리

부드럽고 고운 빛으로

 

She walks in beauty, like the night

Of cloudless climes and starry skies;   

And all that's best of dark and bright

Meet in her aspect and her eyes:

Thus mellowed to that tender light

Which heaven to gaudy day denies.

 

한 점의 그늘이 더해도 한 점의 빛이 덜해도

형언할 수 없는 우아함을 반쯤이나 상하게 하리

물결치는 까만 머릿단

고운 생각에 밝아지는 그 얼굴

고운 생각은 그들의 깃든 집이

얼마나 순수하고 귀한가를 말하여준다.

 

One shade the more, one ray the less,

Had half impaired the nameless grace

Which waves in every raven tress,

Or softly lightens o'er her face;

Where thoughts serenely sweet express

How pure, how dear their dwelling place.

 

뺨, 이마, 그렇게 보드랍고

그렇게 온화하면서도 많은 것을 알려주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미소, 연한 얼굴 빛은

착하게 살아온 나날을 말하여 주느니

모든 것과 화목하는 마음씨

순수한 사랑을 가진 심장

 

And on that cheek, and o'er that brow,

So soft, so calm, yet eloquent,

The smiles that win, the tints that glow

But tell of days in goodness spent,

A mind at peace with all below,

A heart whose love is innocent!

 

    제1연에서 그녀의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마치 수많은 별들로 가득찬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에 비교하면서, 태양 없는 어두운 색과 별들로 밝아진 그윽한 색이 합쳐진 이 색이 그녀의 용모와 눈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하늘도 이런 색을 대낮에는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제2연에서는 그녀의 우아함, 너무나 우아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nameless) 우아함을 찬양하고 있다. 첫 두 행에서, 가정법을 써서(had impaired) 조금이라도 색의 조화를 바꾸었드라면 우아함이 손상되었겠지만 색의 조화가 완전했기 때문에 우아함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우아함은 검은 머리카락에서도 얼굴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런 그녀의 외부를 그녀 내부에 존재하는 조용하고 달콤한 생각들이 좀더 순수하고 귀하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제3연에서는 逆으로 그녀의 외모를 봄으로써 그녀의 내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뺨에서나 이마에서나 미소에서나 표정에서나 지난날 선하게 살아온 그녀를 알아 볼 수 있는데, 특히 남들과 평화를 유지한 마음, 사랑에 순결을 지킨 마음을 들 수 있다고 결론을 짓는다.

 

    韻律을 살펴보자. 모든 행이 弱強四步 8 음절로 되어 있다 (she walks / in beau / ty, like / the night). 脚韻은 ababab 이고 頭韻도 많이 썼다 (c 로 시작하는 cludless, climes; s 로 시작하는 starry, skies). 儗人化(hearts, heaven, smile, etc) 도 많고 直喩(night)와 隱喩(dwelling place)도 있다. 해석이 어려운 이유는 한 문장이 여러 행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어순이 제법 뒤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바이런은 블레이크, 워즈워스, 코울리지, 셸리, 키츠와 함께 영국의 6대 낭만주의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이 너무나도 난잡해서 그의 시체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150년이 지나서야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바이런과 그의 친구 쉘리와 키츠의 기념비를 만들어 명예로운 시인의 구석(Poets' Corner)에 안치하였다.

Boston Life Story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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