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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19회 워즈워스 (William Wordsworth 1770-1850) (1)

1930년 경, 캔자스주의 어느 시골, 고등학교 졸업 반의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다. 첫 사랑으로 너무 행복한 이들은 소년이 대학교 졸업하면 결혼하기로 오래 전부터 약속한 사이다. 그러나 소년은 키스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좌절하다가 어느 헐거운 소녀를 사귀게 된다. 소녀는 소년의 마음을 바꾸게 하려고 찾아가서 온 몸을 내 맛긴다. 그러나 소년은 너같이 청순한 애가 왜 이러냐 프라이도 없느냐고 꾸짖는다. 소녀는 정신병 요양소에 들어가고 소년은 아버지 뜻에 따라 예일 대학교로 떠난다.

 

    몇 년이 지난다. 소년은 대학교 다니면서 식당 웨이트리스와 사귀며 재미없는 공부를 하다가 퇴학당하고 아버지가 주식으로 망해 자살을 하자 아버지의 농장으로 돌아온다. 소녀는 요양소에서 의과 대학생을 사귀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옛 사랑을 잊지 못해 친구들과 같이 소년을 찾아간다. 이제는 청년이 된 그 소년은 식당 웨이트리스와 결혼해서 아이 아버지가 되어 농사를 짓고 있었다.

 

    "행복해?" 소녀가 묻는다. "그런 것 같애. 그런데 그런 생각 별로 안해." 라고 소년이 대답한다. "나 내 달에 결혼할꺼야." "잘됬구나. 행복하기 바래." "나도 행복같은 거 생각 안해." "그래 주어지는대로 살아야지 (You gotta take what comes)." "잘있어."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이 아직도 사랑하냐고 묻는다. 이제는 성인이 된 소녀는 워즈위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의 <초원의 빛>을  읊는다.

<초원의 빛>

Splendor in the Grass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하더라도

초원의 빛이오 꽃의 영광이었던 그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 불러올 수 없다 하더라도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그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철학적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초원의 빛>은 11 聯 204 行으로 되어 있는 <불멸의 찬가> (Immortality Ode)에 나온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통해서, 본능, 순진, 탐험으로 되어 있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제9연 다음에 나온다. 비록 자연과 경험의 일부를 잃어버렸을 지라도 공감과 기억과 성숙한 의식, 즉 지혜로운 정신을 얻게 되어 위로가 된다고 한다. 마지막 11연에서는, 이리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바람에 불리우는 미천한 꽃 한 포기도 너무나 속 깊이 묻혀있던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고 환희의 감정을 쏟아 놓고 있다.

 

    다음으로, 워즈워스의 가장 유명한 <수선화>를 소개한다. 어느 비오는 날 여동생과 시골길을 걷다가 착상한 시이다.

 

<수선화> 이재호 역

The Daffodills

 

하늘 높이 골작과 산 위를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

문뜩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호숫가 나무 아래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은하수에서 빛나며

반짝거리는 별들처럼 쭈욱 연달아,

수선화들은 호만의 가장자리 따라

끝없이 열지어 뻗쳐 있었네,

무수한 수선화들이, 나는 한눈에 보았네,

머리를 까딱 이며 흥겨이 춤추는 것을.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수선화 옆에 호수 물도 춤췄으나, 수선화들은

환희에 있어 반짝거리는 물결을 이겼었다:

이렇게 즐거운 동무 속에

시인이 안 유쾌할 수 있으랴!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이 광경이

어떤 값진 것 내게 가져왔는지 미쳐 생각 못했더니,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이따끔, 멍하니 아니면 생각에 잠겨

카우치에 누워 있을 때,

수선화들이 번뜩인다.

고독의 정복인 심안에;

그러면 내 마음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춘다.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話者는 고독한 마음으로 언덕과 골짜기를 걸어가고 있다. 호수로 나와보니 호숫가를 따라서 피어있는 수많은 수선화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나부끼며 춤을 추고 있는 황금 빛 수선화는 화자의 고독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준다. 뿐만 아니라, 후일 고독에 잠길 때마다 춤추는 수선화를 그려보면 모든 고독 사라지고 그의 마음이 춤추게 될 것을 알게 된다. 춤춘다는 단어가 각 연마다 나와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고조시키고 있다.

 

    直喩 隱喩 儗人化 를 많이 썼고 脚韻은 각 聯이 ababcc 이고 아래와 같이 弱強四步로 되어있다:

 

I wan / dered lone / ly as / a cloud

That floats / on high / o’er vales / and hills.

 

    워즈워스와 두살 아래인 여동생 도로시는 특별한 사이었다. 워즈워스가 8살 되었을 때 어머니가 세상을 뜨면서 오누이는 갈라져 따로 살았다. 9년 후 오누이가 다시 만났을 때 도로시는 15살의 으젓한 숙녀가 되어 있었고 그때부터 오빠를 사랑하게 되었다. 오빠의 체취를 느끼려고 오빠가 없을 때 오빠의 침대에 눕기도 하였고 오빠가 먹던 사과를 끝까지 먹기도 하였다.

 

    워즈워스가 25살 되었을 때 그들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작은 오두막 집에 이주하여 같이 살게 되었고, 워즈워스가 결혼을 하고서도, 아이를 다섯을 낳았어도, 생을 마칠 때까지 함께 살았다.

 

    도로시는 처음 오두막 집에서 둘이 같이 살던 2년 반 동안이 자신의 생애에서 제일 행복했다고 한다. 오빠가 결혼하고는 실연의 슬픔을 느꼈으나, 옛날에는 친구였고 지금은 오빠의 부인이 된 시누이와 끝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다. 오빠의 詩想의 대상이 되었고 詩作의 비서가 되었다. 여동생에게는 오빠가 삶의 목적이었고 오빠에게는 여동생이 그의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었다. 오누이는 영혼의 동반자(soul mate)였다. 오누이 관계라기 보다는 부부 관계에 더 가까웠다. 혹자는 근친간의 불륜이라고도 보지만 대부분의 전기 작가들은 불륜은 없었으리라고 한다.

Boston Life Story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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