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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의 산책

기다림

해 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올 때면, 사연이 담긴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상자에서 꺼내어 거실 창가에 트리 장식을 한다. 딸이 여덟살 때 학교에서 만들어온 노란 종, 아일랜드 출신 친구로 부터 선물 받은 작고 하얀 천사들, 이태리 여행 갔다가 사온 빨간 나무로 만든 피노키오, 러시아 특유의 여인의 얼굴을 가진 나무로 된 작은 인형들, 해 마다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을 기다렸다가 사 모은 귀엽고 앙증맞은 반짝이는 방울들이 있다. 하나 씩 트리에 요리 조리 매달아 본다. 거실 소파에 지루한 듯 앉아서, 분주한 내 모습을 지켜보는 동물 인형들이 심심할까봐 여기 저기 자리를 옮겨 주고, 따뜻한 계피향의 생강차를 끓이며 창 밖을 본다.

 

창 밖에는 차갑게 얼어 붙은 눈 사이로 자동차들이 바쁘게 지나가는데 Elvis Presley의 노래 'Blue Christmas'가 애절하게 들려 온다. 눈부시게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 사이로 누추한 마굿간과 가련한 소녀 마리아가 보인다. 지금 이 차가운 바람 속에 떠나가는 연인, 만날 수 없는 가족 때문에 맘이 아픈 영혼들, 육신의 고통과 힘든 삶의 무게 때문에 서러운 이들이, 상처를 덮어 주시러 오시는 사랑과 평화의 아기 예수님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날이 저물어 알록달록 트리의 불빛이 반짝이면,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떠 오른다. 그 시절 모두들 어렵던 때였지만, 학교 가는 길 가에 정원이 넓은 집이 있었다. 해가 일찍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담 옆에 있는 큰 나무 가지에 숨어 있던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한 빛으로 반짝였다. 신기하고 황홀해서 한참을 기웃거리며 서성이다가, 부럽고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 왔다. 그날 밤 안방 탁자에 놓인 노란 열매가 달려 있는 탱자나무 화분의 가지 마다, 색종이를 접어 종도 만들어 걸고, 지난 해에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있는 천사와 별도 오려서 매달면, 작고 소박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 어른이 되면 넓은 잔디 위에 이층 집을 짓고 창에는 분홍색 커튼을 쳐야지. 커튼 사이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 나오면 더 좋겠지. 담 옆에 키 큰 전나무를 심어야지. 그리고 해 마다 멋지게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 옆을 지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바램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산타크로스의 얼굴을 보려고 기다리다 잠이 들곤 했었다. 새벽 캐롤 소리에 잠이 깼다가 이침에 늦게 일어나 보면 어느새 다녀 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두고 가셨다. 언니 동생들 것과 똑같은 빨간 그물 스타킹 속에 담긴 예쁜 사탕들과 작은 장난감이 기억난다. 곱게 쌓여 있던 하얀 눈 위에 작은 발자국을 도처에 만들며 산타의 발자국을 찾아 보려고 발을 동동 구르며 밖으로 나갔다. 실망하여 돌아 오다가 장독 위에 쌓인 고운 눈 위에 작은 손가락으로 산타라고 써 보고 손을 호호 불며 돌아 왔다. 내년에는 꼭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리라 다짐하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 갈 수는 없지만 추운 겨울에 태어 나셨던, 부모님이 그립다. 시대를 앞서가는 신여성이셨던 친정 어머니는 이 밤도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시고 계시겠지. 푸근한 무릎에 나를 앉히시고 손톱을 깎아 주시던 자상하셨던 아버지의 따뜻한 품이 오늘은 더욱 생각난다.

 

성탄절 연극 속에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하얀 날갯짓 하는 천사가 되고 싶었지만 수줍어서 바라 보기만 했던 소심한 나에게도 찾아 오셨던 주님. 올해도 우리의 죄와 허물을 하얗게 덮어 주시고, 슬픈 마음 있는 자들을 위로해 주시려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꿈을 주시러 찾아 오시는 주님을 기다린다.

Boston Lif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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