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입은 용’이라 불리우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지난 토요일 웨스턴에 위치한 리버스 스쿨 컨서바토리에서 보스턴 한미예술협회 주최로 열렸다. 피아니스트 오민경, 클라리넷티스트 강정무, 바리톤 최준한씨가 연주한 이 음악회에는 120여 명의 한인 및 미국 관객들이 참여하여 아늑한 연주장을 가득 채웠다.
1부에서는 독일 작곡가 슈만의 <세 개의 로망스, Op. 94>,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에 나오는 <밤 인사>, <봄의 꿈>, <우편 마차> 그리고 베토벤의 후기 작품인 <피아노 소나타 31번, Op. 110> 이 연주되어 청중들이 편안하게 낭만 시대의 음악을 즐겼으며, 2부에서는 윤이상의 곡들이 연주되었다.
2부의 오프닝은 클라리넷으로 연주한 독주곡 <피리> (1971)였는데, 강정무씨는 영어로 준비한 해설에서 한국 악기인 피리와 연주 작품을 소개하였고 이를 준비한 동영상과 함께 연주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클라리넷으로 때로는 피리인 듯한 음색과 동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듣는 이들에게 낯설은 음향 속에서도 때때로 익숙한 느낌을 주었고 절묘한 테크닉에 감탄하게 했다.
두 번째 곡은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 (1958)은 윤이상이 베를린 음대 재학 시절에 쓴 곡으로 그의 작품 중 유럽에서 최초로 초연되었던 곡이었다. 오민경씨는 섬세한 선(線)적인 진행 속에서 곡에 따라 강렬한 움직임을 더하며 깊이있는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마지막 무대였던 세 개의 한국 가곡은 1949년에 출판된 윤이상 초기 가곡집에 수록된 곡들이었다. <그네>와 <고풍의상>을 바리톤 최준한씨가 오민경씨의 반주로 함께 연주한 후, 세 번째 곡인 <편지>에는 클라리넷을 더하여 세 명의 연주자가 이 날의 프로그램을 함께 마무리하였다. 바리톤 최준한의 서정적인 목소리와 안정된 발성,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표현력에 정감있는 한국어 가사가 더해져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날 음악회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로 직접 해설하여 청중들의 이해를 돕고 연주자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게 해 준 배려가 돋보였고, 성실하게 독주와 앙상블을 준비한 연주자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일반 청중에게는 항상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음악이지만, 한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기억하고자 하는 연주자들의 노력에 청중들 또한 감동받고 박수로 화답하며 많은 격려의 인사말을 전했다.
Bostonlifestory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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