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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아르의 책장

[필자 소개]  

학생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이어 특허변호사로 인생의 세 번째 라운드를 살아가고 있으며,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을 전업으로 하는 네 번째 라운드를 꿈꾸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은 자’라는 뜻을 가진 ‘쉐아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쉐아르의 책장

나를 만든 10권의 책

지금까지 몇 번 '나를 만든 5권 (혹은 10권의)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쓸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며 책도 약간씩 달라지고, 책을 보는 제 느낌도 달라지더군요. 그래서 2, 3년에 한 번씩 '나를 만든 10권의 책'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2014년 10월에 같은 주제로 글을 썼는데 그 사이 한 권의 책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책을 선택하는가, 그 책들에게서 무엇을 얻는가를 통해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10권의 책은 지금의 저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서정주 시인은 23세 인생의 팔 할은 바람이 이루었다고 말했는데, 제 삶의 삼할 정도는 이 책들이 이루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10권의 책을 간략히 소개하고 각각 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읽었던 순서에 따라 적었습니다. 선택은 저에게 끼친 영향에 따른 지극히 주관적인 결정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자신의 책 10권 혹은 5권을 선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삼국지 - 나관중 

중학교 시절 삼국지를 처음 읽었습니다. 정비석 판이었죠. 다음에 박종화 판을 읽었습니다. 잠시 식었던 애정을 되살린 건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입니다. 오랜 시간을 삼국지 인물들과 보냈죠. 이후에 이문열 판을 여러 번 읽고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만화 삼국지도 두 번 읽었습니다. 최근에 황석영 판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사람 사는 원리의 모든 예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보면 세상사의 다양한 모습들이 다 보입니다. 의리가 있고, 정치가 있고, 무협이 있고, 권모술수와 지략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도 보이고요. 몇 년에 한 번씩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2. 끝없는 이야기 - 미카엘 엔데

책을 좋아하지만 매력 없는 왕따 바스티안은 서점에서 발견한 책을 몰래 들고 와 숨어서 읽습니다. 책 속의 환상계의 위험을 구하려는 아트레유를 따라가다가, 바스티안은 위기를 구하기 위해 왕녀의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무심결에 이름을 만들어 부릅니다. 그리고 환상계에 빨려 들어갑니다.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환상계에 빠질 위험을 겪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오지요. 바스티안이 지어준 왕녀의 이름은 '어린 달님'입니다. 너무 예쁘지 않나요?  

상상력이 없어진 현실의 각박함도 인간을 위협하지만, 땅을 디디지 않고 꿈속에만 살면 자아를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이 메시지를 따듯한 은유로 풀어냅니다.

제 상상력의 원천은 미카엘 엔데입니다. 모모를 시작으로 당시 한국에 소개된 미카엘 엔데 책을 모두 찾아서 읽었죠. 고 2 때 읽은 끝없는 이야기는 현실 부분과 환상 부분을 다른 색으로 인쇄했던 초판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잃어버렸는데 이후 나온 책은 다 한 가지 색으로 인쇄하더군요. 아쉽습니다.

3.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 고든 맥도널드

가장 많이 선물한 책입니다. 외면적인 면이나 행동적인 면이 아닌 내면세계라 지칭한 영적인 부분을 다스리는 것을 강조하지요. 내면의 영역을 동기부여, 시간 사용, 지혜와 지식, 영적인 힘, 회복(휴식)으로 나누어 각 영역에서 어떻게 질서를 유지하며 성장해나갈지 깊이 있는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대학시절 활동한 IVF에서 이 책은 필독도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를 깨달은 건 30살 즈음이었습니다. 여러 문제로 힘든 시절을 보낼 때 이 책을 통해 다시 마음을 정돈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년 전에 개정판을 읽었고, 최근에도 몇 번 더 읽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워크숍도 만들어 진행하였고요. 제 삶이 무질서하다고 느낄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책입니다.

4.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찬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카찬차키스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약간의 환상을 섞어 넣었죠. 원제는 "크레테인에게 보고"입니다. 크레테 사람인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군데에 머물지 않고 평생 모험을 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책을 읽으며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게 하지요. 최고의 번역하면 이 책이 거론될 만큼 번역도 좋습니다.

카찬차키스는 한 곳에 머무는 것은 퇴보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마음이 동한 저는 십 년마다 직업을 바꾸며 살겠다 결심했고,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 그 생각을 말했습니다. 참 철없어 보이는 그 말이 신선했다고 하네요. 저와의 만남을 이어간 한 원인이 되었고요. 결국 제 결혼은 이 책의 덕을 좀 본 셈입니다. 아직 짝을 못 찾으신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그리고 십 년은 아니지만 이십 년 만에 직업을 바꾸었으니 헛된 선언은 아니었습니다.

5.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 스티븐 코비 

자기계발서의 고전이지요. 이 책을 처음 접한 게 94년이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30살 즈음 참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맥도널드의 책과 함께 저를 붙잡아준 하나의 버팀목이 일곱 가지 습관이었습니다.

삶을 주도하라.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상호 이익을 추구하라. 이해시키기 전에 이해하라. 시너지를 만들어라. 삶의 각 영역을 단련하라. 이렇게 일곱 개의 습관은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일곱 가지 습관은 많은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실제적인 원리입니다. 이후에 나오는 자기계발서의 여러 주장들은 일곱 가지 습관에 기반을 두고 있지요. 원칙 중심의 삶. 영향력의 원/관심의 원, 방향의 중요성, 감정 은행 등등. 이 책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궁무진합니다.

개인적으로 "성공하는..."이라는 제목이 불만입니다. '성공'이라는 말이 편향된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원어 그대로 "효과적인..."이나 "성숙한..." 같은 제목이 더 맞는 듯합니다.

6. Good to Great - 짐 콜린스

번역판 제목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입니다. 원제의 의미를 상당히 축소시키는 제목이라 마음에 안 듭니다. 일곱 가지 습관이 개인에 대한 원칙이라면 Good to Great는 기업에 대한 원칙입니다. 하지만 꼭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라 같은 원칙은 누구나 기억해야 할 원칙이지요.

이 책을 쓴 짐 콜린스는 방법론 정립에 뛰어난 사람입니다. 이 책의 대상 회사를 선택할 때, 15년간 주식 수익률이 시장 평균 혹은 이하였다가, 변화를 거친 이후 15년의 수익률이 평균보다 최소 세배 이상 되는 회사들만 고른 후 성장하지 못한 다른 회사들과 비교를 합니다. 그리고 성장한 회사들의 원칙을 방향이나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현실을 직면하라. 잘하는 일을 근본으로 삼아라. 원칙을 지키는 문화를 가져라. 기술에 끌려가지 말고, 목적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라. 처음에는 힘들지만,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 변화는 지속된다 등으로 표현합니다.

미국에서 평범한 프로그래머로 살던 제게 이 책은 더 넓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머물던 조직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고, 문제를 개선해서 더 멋진 조직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고요. 관리자로, 이후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는 시초가 된 책입니다. 마음의 씨앗은 영혼의 자서전이 뿌렸고요.

7. 순전한 기독교 - C.S. 루이스

라디오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기독교를 설명한 강의를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기독교 최고의 지성 루이스는 기독교 안의 여러 교파들을 가로지르는 (카톨릭을 포함해서) 가장 근본적인 기독교의 진리가 무엇인지 이 책에서 정리하였습니다. 

2007년 초부터 2009년 중반까지 영적인 구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 결론이든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부정하고 출발한 그 시간. 무신론자들의 책을 찾아서 읽으며, 질문하고 답을 찾았습니다. 신앙을 떠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정리해준 책이 순전한 기독교입니다. 왜 기독교가 아름다운 종교인지, 왜 기독교가 확실한 답인지 이 책은 알려줍니다.

8.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정민

이 책은 다산을 '지식경영인'이라 규정하며, 그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는가를 지식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합니다. 하지만 지식경영을 넘어 다산의 일생과 그의 저작, 그리고 당시 학자들까지 아우르며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재창조해서 보여줍니다. 이 책을 지은 정민은 다산의 지식경영방법을 사용해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롤 모델이 아쉬운 세상입니다. 한때는 정직함과 명석함으로 존경받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며 변질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 다산선생이 있습니다. 200년 전 강진 땅의 유배 생활 속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학문의 정열을 불태웠던 다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그러면서도 가족과 제자들에 대한 정을 놓지 않았던 정말 멋진 사람. 그가 새로운 롤 모델로 다가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막 넘쳐납니다.

9. 칼의 노래 - 김훈

책을 적게 읽는 편이 아니었지만, 제 독서는 편향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종교, 경영, 인문이었고, 소설을 읽어도 장르소설만 읽었습니다. 추리소설과 판타지를 읽었죠. 이른바 세계명작을 싫어했습니다. 그랬던 제게 언어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소설이 칼의 노래입니다. 한국문학에 '벼락같이 쏟아진 축복'이라는 이 책은 제게도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벼락같이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 이후 해마다 다섯 권 이상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고뇌하는, 하지만 어떤 때는 감정이 전혀 없는듯한 이순신의 모습을 통해, 김훈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단어 하나를 고르려고 며칠 고민한다는 김훈의 문장은 잊히지 않습니다. 그의 스타일을 따라 몇 편을 글을 쓰고 이후 제 문장에는 그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10. 그릿(Grit) - 앤젤라 더크워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고 오랜만에 읽은 자기계발 책입니다. Grit이라는 단어에 일치하는 한국 단어는 없지만, 이 책의 내용을 생각하면 '근성'이라는 단어가 좋을 것 같습니다. "열정과 인내의 힘"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성공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그 일을 꾸준히 해나갈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재능과 성취의 두 단계 접근이 기존의 방법이라면 더크워스는 그 사이에 기량(Skill)을 추가합니다. 그리고 재능x노력이 기량을 만들고, 기량x노력이 성취를 이룬다고 말합니다. 재능이 중요하지만 노력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거죠.

그릿을 읽기 전 한 권의 자기계발서를 추천한다면 언제나 7가지 습관을 택했습니다. 이제는 그릿을 권합니다.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중한 메시지가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표현으로 담겨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었던 모든 말이 담겨있기에 한 권씩 선물해서 꼭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Boston Lif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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