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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9회: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 (2)

프로스트가 19살이었을 때, 그의 시가 처음으로 전문 잡지에 실렸고 원고료 $15이 나왔다. 어머니는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시를 써서 어떻게 먹고 사니. 일년 기간을 줄테니 한번 해보고 그동안에 시인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집어 치우도록 해라" 라고 하셨다. 프로스트는 "20년 동안 기회를 주세요. 20년을요" 라고 졸랐다. 정확하게 20년이 지났을 때 그의 시집 <어느 소년의 의지> (A Boy's Will) 가 출판되었다. 이리하여 시인으로서 자리를 굳혔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예언자가 된 셈이다.

 

오늘은 프로스트의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를 골랐다. 이 시의 마지막 세 行은 케너디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하면서 자주 인용한 문구이다.

 

12월 어느 날 매우 춥고 어두운 저녁에 마차를 몰고 가다가 얼어 붙은 호수와 깊은 숲 사이의 공터에서 선다. 소복소복 눈 내리는 광경에 넋을 잃다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쉬움을 남긴 채 마을을 향해 떠나는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혹자는 숲(woods)과 휴식(sleep)이 죽음을 隠喩한다고도 해석한다.

 

읽어보자. 이 시에 쓰여진 단어는 모두가 일상 생활에 쓰는 쉬운 口語이다. 또 대부분이 한 音節로 되어 있는 단어이다. 108 단어 중에 88 개가 한 음절로 되어있다. 그래서 읽기 쉽고 읽어 내려가면 노래 부르는 것 같이 들린다.

시의 구조를 살펴보자. 루바이얏 聯(rubaiyat stanza)이라는 깔끔한 定型詩이다. 페르시아의 시인 하이암(Omar Khaiam)이 쓰기 시작해서 유명해졌다. 모든 연은 네 行(verse)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행은 네 步(iamb)로 되어있다. 한 보는 弱強의 두 音節로 되어있어서 모두 합치면 여덟 음절이 되는 셈이다. 弱強四歩(iambic tetrameter)이다. 첫 행을 예로 들면:

 

Whose woods / these are / I think / I know

 

제1, 2, 4 행이 脚韻이 되어 있고 (know, though, snow) 제3행이 (here) 다음 연의 1, 2, 4 행과 각운이 된다 (queer, near, year). 즉 aaba bbcb ccdc dddd 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스트의 <일손의 죽음> (The Death of the Hired Man) 을 소개한다. 173 행으로 되어 있는 긴 이야기체의 시이다. 줄거리부터 늘어 놓은 후에 한두 聯만을 뽑아서 해석하려고한다.

 

조그만 농장의 주인 부부와 늙은 떠돌이 일손 사일러스(Silas)의 이야기다. 사일러스는 매년 와서 일해주는데 꼭 필요할 때는 돈 더 주는 딴 곳으로 떠나고 한가할 때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바쁠 때 또 떠나려고 하자 남편이 다시는 오지 말라고 침을 놓아 보냈다.

 

그런데 또 찾아 왔다. 너무 허약해져서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부인은 "은행에 다니며 돈 잘 버는 형이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데 거기 안가고 우리한테 왔구나. 자존심도 강하지" 하면서 집 안으로 끌어 드려 눞혀 놓는다.

 

하루 일을 마친 남편이 돌아온다.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밖으로 밀어 내면서 "조용하세요. 사일러스가 돌아 왔어요." 남편은 퉁명스럽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안 받아줄래." 부인의 "친절 좀 해봐요" 라는 말에 "내가 언제는 친절하지 않았어?" 라고 남편이 대답한다. 부인이 생각하는 친절과 남편이 생각하는 친절은 완전히 다르다. 부인은 사랑과 동정, 감정과 상상의 여인이고 남편은 이성과 지성, 실용적 현실적인 남성이다.

 

부인은 "죽으려고 집으로 돌아 왔어요. 가정이란 꼭 가야만 할 때 받아주는 곳이 아니겠어요?" (Home is the place where, when you have to go there, they will take you in.) 라면서 남편을 달랜다. 방안으로 들어가서 쓰러져 자고 있는 사일러스를 지켜 보라는 부인의 말대로 남편은 방안으로 들어간다.

 

달은 서쪽 언덕으로 지면서 얼음같은 남편의 마음을 녹이려는 듯 달빛을 무한히 내려 보낸다. 부인은 "쪽배 같은 구름이 저 달을 관통할까 아니면 스치지도 않고 지나갈까?" 하며 달을 쳐다본다. 그런데 남편이 너무 일찍 나오는 것이다. "죽었어" 라고 남편이 간단히 대답한다.

 

자, 달에 관한 시구를 먼저 읽어보자. 에이프런을 활짝 펴서 환하게 내려오는 달빛을 받는 장면, 구름이 호수에서 노 저어가듯 하늘에서 미끄러져 달을 향해 가는 장면, 드디어 달을 피해가지 않고 달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남편의 무정한 마음이 녹기를 바라고 부드러워 지기를 염원하는 부인의 마음, 결국 남편 마음이 녹아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弱強式五步 (iambic pentameter)이다. 예로 들면:

 

I'll sit / and see / if that / small sail / ing cloud

Will hit / or miss / the moon /  It hit / the moon

 

프로스트는 20세기 미국 시인 중에서 가장 존경을 받고 있다. 퓰리처상을 4번이나 받았고 하버드, 예일, 다트머스, 컬럼비아를 위시한 많은 대학교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국예술원(NIAL)에서는 드물게 수여하는 금상을 받았고 버몬트주의 계관시인이 되었다. 태어나기는 미 서부였으나 동부로 이사와서 농사도 해보다가 시인이 되어 뉴잉글런드의 자연과 인심을 토속 口語體로 표현하였다. 1963년에 보스턴에서 세상을 떠났다. (계속)

 

 

<눈 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나는 알 것 같애

주인은 마을에 살고 있지.

내가 숲에 눈이 쌓이는 것을 보려고 선 것을

주인은 알지 못할거야.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내 작은 말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농가 하나도 근처에 없는

숲과 얼어 붙은 호수 사이에 섰으니

더구나 한 해 중 제일 어두운 저녁에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말은 굴레에 걸린 방울들을 흔드는군

어디가 잘못되지 않았느냐고 묻는구나

들리는 소리라곤 주위를 채우는

쉽게 부는 바람과 부드러운 눈송이 소리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구나

그렇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그래서 자기 전에 여러 마일을 걸어야 해

그래서 자기 전에 여러 마일을 걸어야 해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일손의 죽음> (The Death of the Hired Man)

 

달 한 부분이 서편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 전체를 언덕으로 끌어 내리면서.

달빛은 부드럽게 그녀의 무릅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알아차리고 자기 에이프런을 펼쳐 빛을 받았다.

 

Part of a moon was falling down the west, 

Dragging the whole sky with it to the hills. 

Its light poured softly in her lap. She saw 

And spread her apron to it.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꽃밭에서 처마까지 뻗은 나팔꽃 넝쿨은

이슬로 팽팽해져 하프 줄 같은데, 내민 손은

하프를 들리지 않게 연주하는 듯했고

옆에 있는 남편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것 같았다.

 

She put out her hand 

Among the harp-like morning-glory strings,            

Taut with the dew from garden bed to eaves, 

As if she played unheard the tenderness 

That wrought on him beside her in the night.

 

"나는 앉아서 쳐다볼래. 저기 노 저어가는 작은 구름이

달을 꿰뚫고 지나갈까 비켜서 갈까?"  달을 관통했다.

 

"I'll sit and see if that small sailing cloud

Will hit or miss the moon." It hit the moon.

Boston Life Story TV

보스턴 라이프 스토리는 보스턴 한인들의 소소한 삶을 정감있게 표현하여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보스턴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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