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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8회: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 (1)

1961년에 매서추세츠 출신인 케너디 상원의원이 미국 역사상 제일 어린 나이로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해의 대통령 취임식은 "국민은 나라를 위해"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라는 대통령의 취임 연설로 유명해졌다.

 

(이 구절은 케너디 도서관 벽에 크게 색여져 있는데, 사실은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 케너디 대통령이 고등학교 다닐 때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자주 듣던 말을 살짝 바꾸었던 것이다. 교장 선생님의 말은, As has often been said, the youth who loves his Alma Mater will always ask not “What can she do for me?” but “What can I do for her.” 였던 것이다.)

 

(이 교장 선생님 또한 그가 하버드 대학교 다닐 때 학장의 수필에서 읽었던 하딩(Harding)의 문구를 살짝 바꾼 것이다. 하딩은 1916년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In the great fulfillment we must have a citizenship less concerned about what the government can do for it and more anxious about what it can do for the nation." 라고 했던 것이다.)

 

각설하고 케너디 대통령 취임식은 버몬트주 계관시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가 초대되어 백발을 휘날리며 시를 읊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87세의 노인은 44세의 새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지은 祝詩와 대통령으로부터 부탁받은 자신의 시 <완전한 선물> (The Gift Outright) 을 읊으려고 했다. 그러나 쌓인 흰 눈에 반사된 광선으로 글이 안 보여 축시 읽기는 포기하고 자작시 만을 암송하게 되었다. 축시는 취임식 후에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는데 "시와 권력의 황금 시대가 도래하였다" (A golden age of poetry and power / Of which this noonday's the beginning hour) 로 끝난다.

노인과 청년은 둘 다 뿌리가 유럽이라서인지 선거 유세 때부터 죽이 맞았다. 케네디 대통령 후보는 프로스트의 시 한 구절 "나는 약속을 지켜야 해 / 그래서 자기 전에 여러 마일을 걸어야 해" (But I have promises to keep /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를 선거 유세에서 자주 인용했고, 프로스트는 케너디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예언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고전 定型詩(set-form verse, fixed form of verse)는 韻律을 무시하는 현대 自由詩로 바뀌고 있었다. 그래도 프로스트는 끝까지 정형시를 고수하면서 자유시는 "테니스를 네트 없이 치는 것과 같다" 라고 했다. 그는 딱딱한 문어체를 피하고 구수한 구어체를, 그것도 미국 고유의 구어체로, 그것도 이곳 뉴잉글런드의 구어체를 써서 이야기하는 시, 노래하는 시로 만들었다.

 

오늘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을 뽑아 보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시인의 길을 택했다. 이 길은 남들이 덜 택한 길이었다. 그러나 이 길은 그에게는 올바른 길이었고 유일하게 택할 수 있었던 길이었는지 모른다.

 

우선 읽어 보자. 이 시는 애매모호한 곳도 제법 있기 때문에 話者의 뜻을 헤아리는 데도 이렇게 해석할까 아니면 저렇게 해석해야 할까 선택을 해야한다. 마치 화자가 이 길을 택할까 저 길을 택할까 했듯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선택을 한다. 모아둔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살까 아이스케이크를 살까 부터 시작해서, 결혼을 할까 말까, 이 사람과 할까 저 사람과 할까, 은퇴하고 플로리다로 이사를 갈까 아니면 여기서 죽치고 있을까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연속인데, 선택은 점점 어려워지고, 과거에 이러지 않고 저랬더라면 지금은 더 행복할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화자는 이런 인생의 선택을 숲속의 갈림 길에 隱喩(metaphor)한 것이다.

 

나뭇잎들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며 떨어지는 가을 숲 길을 걷고 있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게 되니 어느 길을 택하여야 할까? 초 가을이라고 했으니 40-50 대의 중년 위기(midlife crisis)에 접어든 시기가 아닐까? 가을에 비중을 안 주면 더 이른 청년일 수도 사춘기일 수도 있겠다. 두 길을 다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 한쪽 길이 어떨까 열심히 보지만 길이 굽어져 멀리 볼 수가 없다. 우리 인생 살이에서 어찌 미래를 내다 볼 수가 있으랴?

 

그런데 딴 길을 택한다. 왜냐하면 딴 길도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사람들이 덜 걸어 다녀서 풀도 제법 자라 있고 덜 밟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별난 사람, 보통 택하는 선택을 피하고 남들이 덜 택한 별난 선택을 한다. (as just as fair 는 아름다운 만큼 공정하다는 뜻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아름답다는 뜻, wanted wear 에서 wantedlacking 이라는 뜻, as for that that 는 택하지 않은 길이다.)

 

훗날에 지금을 회상하겠지. 한숨 쉬면서 이야기 하겠지. 그런데 한숨은 슬퍼도 한숨이지만 즐거운 한숨도 있다. 행복하게 되었는지 불행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도 헤아릴 수 없지만 화자 자신도 모르지 않을까?

 

네 聯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연은 다섯 行로 되어 있고 1, 3, 4 行이 같은 脚韻이고 2, 5 행이 같은 각운이다. 첫 연을 예로 들면 wood, stood, could 와 both, undergrowth 이다. 그리고 8行에서 頭韻도 썼다 (wanted wear). 한 행은 8개의 음절로 되어 있는데 약강 / 약강 / 약강 / 약강 으로 되어 있다. 첫 행을 예로 들면 (in a 는 예외이지만):

 

Two roads / di verged / in a yell / ow wood

 

우리의 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박목월 시인의 부인과 아들 이야기가 생각난다. 6.25 사변이 일어나 박목월은 먼저 남쪽으로 피난을 갔다. 후에 부인은 아들 딸 데리고 남편 만나러 남하하다가 마음을 바꾸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부인은 재봉틀 판 돈으로 산 쌀을 아들에게 지우게 하고 자신은 딸을 업고 짐을 들고 걸었다. 다음은 아들이 그 당시를 회고한 이야기이다.

 

나는 쌀자루를 메고 앞서 걷고 있었는데 낯모르는 청년이 와서 "무겁겠구나" 하고 쌀자루를 대신 저 주었다. 그 청년은 점점 빨리 걸었고 나는 따라가느라고 뛰다시피 했는데 길이 둘로 갈라졌다. 청년이 간 길을 따라 가자니 뒤에서 올 어머니가 딴 길로 가시면 낭패라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를 놓칠까봐 그냥 앉아 있었다. 얼마 후에 도착한 어머니가 쌀자루가 없는 것을 보고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한참 있더니 내 머리를 껴안고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에미를 잃지 않았네" 하시며 우셨다. 그날 밤 삶은 고구마 두 개를 얻어 오셔서 내 입에 넣어 주시고는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내가 아버지를 볼 낯이 있지" 하셨다. (계속)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노란 숲 속에서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다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꺾여 내려간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다.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음으로 해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그 날 아침 두 길은 낙엽으로 덮여 있었는데

아무에게도 밟혀 더렵혀지지 않은 채로였다.

아, 나는 한 길을 훗날 밟기로 했다.

길은 다른 길에 이어져 끝이 없었으므로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나는 먼 훗날에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할 것이다.

숲 속에서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는데,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라고.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피천득 번역)

Boston Lif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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