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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엄마의 이야기

엔지 엄마의 좌충우돌  가~드닝

​최정우

좌충우돌 가~드닝! 7

 

 

한련화 이야기

 

1990년 3월 18일 이른 아침,  보스톤 경찰복을 입은 몸집좋은 남자 둘이 이자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의 벨을 눌렀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왔다면서 박물관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을 시켜 문을 열게 했다. 그리곤 곧 용의자로 체포한다는 구실로 경비원들을 유인하여 지하실에 가두고, 박물관에 있던 작품 13점을 훔쳐 달아났다. 그 13점의 작품은 아직도 그 행방이 묘연한 상태. 도난당한 13점의 작품 중에는 램브란트, 드가, 마네, 베르메르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박물관은 도난 작품들의 소재를 알려주는 이에게 주는 보상금을 지난 달 5 백만 달러에서 천만 달러로 올렸다. 가드너 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도난당한 작품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과 사진을 볼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그 중엔 전세계 36점밖에 없다는 베르메르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가드너 여사가 박물관을 열기로 결심한 뒤 처음으로 사들인 작품이다. 경매에서 경쟁자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러 어렵게 손에 넣고,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는 작품. 박물관 2층 더치 룸(Dutch Room)에 있는 빈 액자들은 아직까지 그 행방을 알 수 없는 도난 작품들이 언젠가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한련화는 이자벨라 가드너 여사가 가장 좋아한 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해마다 4월 그녀의 생일 무렵이면, 가드너 박물관의 발코니에는 한련화 덩굴이 길게 늘어뜨려진다. 오렌지빛, 샛노란빛, 그리고 짙은 주황 빛깔이 뒤섞인 화려한 한련화는 또한 머지않은 부활절과 긴 겨울을 끝을 알리는 봄의 전령이기도 하다.

그 즈음 박물관을 찾으면 한련화 꽃이 들어간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는데…어찌된 일인지 나는 매번 그 때를 놓치고 만다. 하지만 그래도 올해는 작년에 받아 놓은 한련화 꽃씨를 일찌감치 발아시켜 아예 꽃밭 한 귀퉁이를 몽땅 한련화 밭으로 만들어 버려 좋아하는 꽃을 실컷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아침 일찍, 동글동글 애기 손바닥 같은 잎에 알알이 맺혀 있는 이슬 방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어여쁘구나, 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없이 가녀리고 꺽이기 쉬운 줄기를 가졌지만, 그 생생한 꽃잎과 천진한 잎사귀는 장난스럽고 씩씩해 보인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에 따로 이유가 있을리 없으나, 좋아하다보니 자꾸 더 좋아할 이유가 생기는가 보다.

 

한련화는 최근에 한국에서 웰빙 식용꽃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꽃뿐만 아니라 잎과 씨앗까지 먹을 수 있다. 비타민 C 와 철분이 풍부하고 특히 잎은 소염작용을 해서 기관지 염이나 요도염 등에 좋다고 한다. 감기 기운으로 목이 아플 때 잎을 따서 씹어 먹으면 효과가 있다는데, 여름철에 별로 아픈 적이 없어서 직접 시험해 볼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꽃잎과 잎을 비빔밥에 따넣어 먹어 보니, 특유의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생장 속도가 빨라서 영양제를 주면 너무 웃자라고, 잎만 무성해져서 꽃을 볼수가 없다니, 아주 척박한 흙이 아니면 애써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기특한 꽃이다.

 

가드너 여사는 왜 그리 한련화를 좋아했을까?

첫 아이가 두 살이 되던 해에 죽고, 연이어 찾아온 유산과 가까운 이들의 죽음으로 가드너 여사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게 된다. 의사의 권고로 떠난 유럽 여행, 그 여행 중에 만나게 된 예술 작품들과 새로운 풍경들이 그녀를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고, 예술품 수집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특권에 가까운 지위와 혜택을 누렸으며, 화려하고 남다른 행동으로 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여인. 그러나 또한 깊은 슬픔을 감내해야 했던 여인…화려하면서 청순하고, 가녀리지만 충만한 꽃 한련, 그리고 한련을 좋아한 이자벨라 가드너. 둘은 어쩐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드너 박물관의 한련화 덩쿨 전시

                                                    -박물관사진캡쳐

   도난당한 작품 중의 하나인 베르메르의 ‘콘서트’

한련화 꽃과 잎,

               그리고 여러 야채를 넣어 만드는 스프링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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