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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엘리엇 (T. S. Eliot 1888-1965)

뮤지컬 <캣츠> (Cats)는 1981년에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하고 다음해에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이래로 20여년 동안 공연을 해서 흥행에 대 성공을 했다.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과 함께 4대 최장 흥행 뮤지컬이 되었다.

 

    막이 오르면 부자 고양이, 도둑 고양이, 늙은 광대 고양이 등이 뛰어 나와 자기 소개를 하고 파티가 벌어진다. 선지자 고양이가 나타나자 저마다 춤과 노래로 재주를 뽐낸다. 늙고 지친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늦게 나타나서 '메모리'(Memory)를 부른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내일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 히트 곡이다. 선지자 고양이는 그라자벨라를 선택해서 하늘로 올려 보낸다.

 

    <캣츠>는 영국 시인 엘리엇(T. S. Eliot 1888-1965)의 <포썸 아저씨의 현실적 고양이 이야기>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기본으로 해서 앤드류 웨버가 작곡하였다. (제일 히트를 친 '메모리' 는 그 가사가 <고양이 이야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대본을 만들 때 삽입이 되었다.)

 

    이 책은 엘리엇이 손자 손녀들을 위해 쓴 시집이다. 포썸 아저씨(Old Possum)란 파운드(Ezra Pound)가 그에게 붙인 별명이다. 이 시중에서 맨 먼저 나오는 <고양이 이름 짓기>를 소개한다. 읽어보자. 3행에 나오는 mad as a hatter 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모자 파는 사람같이 미쳤다는 뜻이다.

<고양이 이름 짓기> The Naming of Cats

 

고양이 이름 짓기가 쉽지 않단다.

방학 동안에 즐기는 게임 같지가 않아.

내가 모자 파는 사람같이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고양이는 이름이 세 개 있어야 해.

 

The naming of cats is a difficult matter,

It isn't just one of your holiday games;

You may think at first I'm as mad as a hatter

When I tell you, a cat must have three different names.

 

무엇보다도 가족이 매일 부르는 이름이 있어야지

바둑이, 멍멍이, 누렁이, 꽃순이 같이.

더 듣기 좋다고 생각되는 마음에 드는 이름도 있지

신사나 숙녀가 부르기에 합당한 이름들 말이다.

 

First of all, there's the name that the family use daily,

Such as Peter, Augustus, Alonzo or James,

There are fancier names if you think they sound sweeter,

Some for the gentlemen, some for the dames:

 

그렇지만 고양이는 특별한 이름이 필요해

신통하고 좀 더 위엄이 있는 이름 말이야

그렇잖으면 어떻게 꼬리를 번쩍 세우거나,

수염을 곤두세우거나, 자만스러워 하면서 걷겠어?

 

But I tell you, a cat needs a name that's particular,

A name that's peculiar, and more dignified,

Else how can he keep up his tail perpendicular,

Or spread out his whiskers, or cherish his pride?

 

이런 이름들 보다 더 중요한 이름이 남아 있구나

이 이름은 네가 알아맞히지 못해

우리가 아무리 연구해도 찾아낼 수 없어

고양이 자신만이 알고 있지, 우리한테 알려 주지도 않는단다.

 

But above and beyond there's still one name left over,

And that is the name that you never will guess;

The name that no human research can discover -

But the cat himself knows, and will never confess.

 

    엘리엇의 <荒蕪地> (The Wasteland)는 <고양이 이야기>보다도 훨씬 덜 팔렸으나, 그의 가장 중요한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대단히 난해하다. 話者가 여러 명인데 예고도 없이 자주 바뀌어 혼동될 때가 많다. 고전에서부터 엘리엇 시대까지의 문학을 수없이 인용했기 때문에 인용된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이해하기 쉽게 쓰지도 않았다. 다섯 부로 되어 있고 434行으로 되어 있는 장편 시이다. 워낙은 두배나 되는 분량이었는데 친구인 에즈라 파운드가 난도질하고 대대적으로 고쳐서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편집을 잘 해주었다고 "더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라고 시집을 그에게 증정했다.

 

    제목이 말하고 있듯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바위와 모래로 된 물 한 방울도 없는 사막같은 곳이 주 무대이다. 세계1차대전이 휩쓸고 간 황량한 들판인 것이다. 무대는 런던을 위시해서 세계의 여러 곳으로 옮겨진다. 쓰레기로 가득 차 있기도 하고 옛날 이태리, 로마의 유적이 널려 있기도 하다. 지난날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서양 문화가 쇠퇴하였음을 상징하고 있다. 서구인의 정신적 불모 상태, 즉 어떤 소생의 믿음도 인간의 일상 생활에 중요함과 가치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성이 한갓 쾌락을 위한 것이 되고, 죽음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도 없는 비극적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서론(Epigraph)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 무녀가 항아리 속에 매달려 있다. 아이들이 "무녀야, 넌 무얼 원하니?" 하고 묻자 "난 죽고 싶어" 라고 대답한다. 이 무녀는 고대 희랍에 나오는 쿠마에 살던 예언자였다. 그녀는 아이네스를 지옥에서 빠져 나오게 해 준 대가로 아폴로로부터 不死의 특권을 얻었지만 어리석게도 영원한 젊음을 요구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다. 그 결과 그녀는 점점 늙어서 몸이 오그라들어 작은 항아리 속에 넣어졌다. 정신적 문화적 세계가 계속 쇠퇴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제1부는 <死者의 埋葬>이다. 4월은 희망과 재생의 계절인데도, 황무지의 주민들은 겨울의 평화로운 죽음과 망각의 잠을 더 좋아하고, 부활을 위한 꿈틀거림을 오히려 귀찮고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첫 일곱 행을 읽어보자.

 

<死者의 埋葬> 이재호 역

The burial of the Dead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라일락꽃을 죽은 땅에서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듯하게 해 주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으면서,

마른 구근의 작은 생명을 길러주면서.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엉터리 점쟁이가 나와서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을 예언한다. 무대는 런던 브릿지로 옮겨간다. 수많은 군중이 걸어가는데 모두 유령같다. 그 중 한 명에게 묻는다, "작년 자네가 정원에 심었던 그 시체 말이야. 싹이 트기 시작했나? 개를 멀리하게. 발톱으로 파 헤칠거야."

 

    제2부는 <체스 놀이> (A game of Chess)이다. 화려한 방 벽에 필로멜라(Philomela)의 그림이 붙어있다. 희랍 신화에 나오는 이 여인은 형부로부터 강간을 당했다. 형부는 말이 새어나지 못하게 그녀의 혀까지 짜르고 감옥에 넣었다. 그녀는 여차여차해서 감옥에서 나와 형부에게 쫓기다가 나이팅게일로 변했던 것이다. 나이팅게일이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무식한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모른다. 무대는 바뀌고 사람들이 무료해서 체스 게임을 한다. 피곤하지만 밤새우며 게임을 하며 누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인들은 누가 와서 인생의 뜻을 가르쳐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여인이 술집에서 이야기를 한다. 아이를 안 가지려고 불임약을 먹다가 몸이 망가진 여인한테 썩은 이 다 뽑아 버리고 새 이로 갈라고 딴 여인이 충고를 한다. 불모와 재생도 이 시의 테마이다. 재생은 완전히 파괴되거나 다 타버린 후에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제3부의 제목 <불의 설교> (The Fire Sermon)는 성욕, 권세욕, 물욕을 억제하라는 석가모니의 설교를 빌리고 있다. 현대인의 만족할 줄 모르는 이 욕망을 불로 나타냈다.

 

    제4부 <溺死> (Death by Water)는 10 행만으로 되어있다. 페니키아 수부는 죽은 지 2 주일, 갈매기 울부짖음도, 깊은 바다 물결도, 이익도 손실도 다 잊었다. 이방인이거나 유태인이거나 할 것 없이 이 수부가 한 때는 키가 큰 미남이었다는 것을, 우쭐대지 말고 죽을 몸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memento mori) 경고하고 있다.

 

    마지막 제5부 <천둥이 한 말> (What the Thunder Said)에서 엘리엇은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한다. 천둥이 "다다다" 하면서 세 번 울린다. 이 소리는 힌두교에서 말하는 세마디 를 연상하게 된다:

 

나누어 주어라, 불쌍히 여겨라, 자제하여라

Datt, Dayadhvam, Damyata

 

    드디어 "샨티, 샨티, 산티" 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데 샨티(shantih)란 "우리의 이해를 초월한 평화" 라는 뜻이다. 이기심을 버리고 남을 생각하게 되면 놀랄 정도로 이 세상을 재생시킨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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