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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최정우 씨 수상 소감

바다를 건넌 내게 고국의 하늘은 또다시 저 너머에 있다.

고국을 떠난지 10년이 넘고부터 나는 더이상 떠나온 시간을 셈하지 않게 되었다. 재미교포, 재외동포, 라는 단어가 나와 같은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는 했지만, 한동안 그 단어가 주었던 거북스런 느낌은 사라졌다. 따지기 좋아하고 까탈스러웠던 나는 그 시간동안 뭉글뭉글 유순해진 듯도 했고, 덤덤하게 퍼지르는 듯도 했다.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한점 의혹도 없다는 불혹의 나이에 이르렀으니, 다만 이렇게 흘러가는 게 순리인 듯도 싶었다.

어쩌다 바라보는 고국은 낯설었다. 내가 떠나온 고국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고, 빠르고 현란하게 변해가는 고국의 모습 속에 나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국은 저 너머로 아득하게 멀어져가는 무엇이었다. 나와는 당최 상관이 없는.

 

재작년, 고국에 다녀왔다. 새로운 고국의 모습보다 더 충격스러웠던 것은 아무곳에서나 시도때도 없이 쏟아져 들려오는 모국어였다. 그 모국어의 홍수속에서, 나는 문득 온몸이 얼얼해질 때까지 소나기를 맞고 서 있었던 어느 여름 한낮을 기억했다. 그 여름 나를 잠못들게 했던 이름들과 하릴없이 앓아내야 했던 신열을 기억했다.


바다를 건넌 내게 고국의 하늘은 또다서 저 너머에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닿을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절망대신 간절함을 노래하기로 한다. 고국과 나 사이의 그 아득한 거리를 이어줄 단 하나의 고리, 뒷방 늙은이를 대하듯 홀대하던 내 모국어를 꺼내 먼지를 털고 살그머니 쓰다듬어 본다.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최정우씨(중앙)와 남편 김대식씨(좌), 엄성준 총영사(우)

내 손이 거칠어진만큼 나의 모국어도 성글고 듬성해졌다. 그렇게 낡고 허름해진 내 모국어를 꺼내 오랫동안 들여다보다 문득 깨닫는다.‘나’와 ‘너’는 참으로 비슷하게 생겼구나. ‘나’와 ‘너’는 마주보고 있구나.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 둘이 서로 마주 보며 ‘나’는 나고 ‘너’는 너라고 말하고 있구나. 도무지 하나일수 없는 두 존재를 가르는 것이 달랑 모음하나 차이라는 것이 신기하고 다행스럽다. 그리하여‘나’는 또 이렇게‘너’를 바라보며 해묵은 꿈을 꾸는 것이리라.

 

다시 읽어보니 엉성하고 모가 많은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뽑아주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6년 8월, 보스톤에서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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