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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다보면 지날날의 회상으로 감회가 새로울 때가 종종 있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미래보다는 지나온 과거의 삶이 나의 마음을 고요하고 잔잔하게 만들때가 점점 많아진다.  젊은 시절의 그 때는 모든일이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지 빨리 안정되고 자리잡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자식들 다 크고 예뻣던 마누라의 늘어가는 흰머리를 보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싶다.....  /  핸드폰이 무언지도 모르는 그때 그시절 다벙 한켠에서 무작정 연인을 기다리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 아이들은 약속한 연인이 올지 안올지도 모르면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무작정 기다리던 그 때를 이해나 할까?  /  여기 중년과 초로의 추억을 회상할 만한 글이 있어 뉴잉글랜드 한인회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지천명의 언덕을 바라보고 있는 중년이다.  평소 좋아하는 대상은 친구와 술인데 친구와 술을 거하게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 가면 그나마 이 풍진 세상사의 시름을 잠시나마라도 잊고자 의도적으로라도 흥을 낸다.


그렇게 노래방에 가게 되면 구세대답게 옛 노래를 즐겨 부르기 마련이다.  그중엔 원로가수 명국환 님이 부르신’방랑시인 김삿갓’이란 노래도 나의 애창곡 중 하나이다. 가사를 잠시 살펴보자면 김삿갓의 생애를 그대로 나타낸 것만 같아 음미할 만 하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너~머 가는 객(客)이 누구냐,  열 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김삿갓의 본명은 병연(炳淵)이다.  그는 1811년 홍경래의 난 때 선천부사로 있던 조부 익순이 홍경래에게 항복한 죄로 폐족(廢族)이 되었단다.  뒤에 사면을 받고 고향에 돌아왔으나 폐족자에 대한 천대가 심하고 벼슬길도 막혀 20세 무렵부터 방랑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즐겨 큰 삿갓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녔으므로‘삿갓’이라는 별명도 여기서 생겼는데 전국을 방랑하면서 도처에서 즉흥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이야 그‘인기’가 한 물 갔지만 과거엔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면 반드시 다방을 이용해야 했다.

 

   특히나 손님이 신청하는 음악을 즉시로 들려주는 DJ까지 있는 음악다방은 그 시절 젊은이들에겐 가장 있기 있는 사교장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한 음악다방이든 그냥 다방이든 간에 당시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다방을 사랑했었다.

 

   커피향에 어울리며 오고 간 그 수많은 사랑의 고백과 밀어 따위로서 우리 역시도 결국엔 부부라는 과녁을 맞췄음은 물론이다.  아내(당시는 애인)와 연애하던 시절 고향인 천안을 출발하여 대전역에 내리면 대전역 바로 앞에 있는 김삿갓 다방에 들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열애시절의 어떤 에피소드를 잠시 기억의 창고에서 꺼낸다.

   그 해 장맛철의 어느 날에 나는 애인이 그리워 대전을 찾았다. 커피를 한 잔 시켜놓고 애인이 오길 눈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하지만 애인은 장맛비에 다리가 떠내려간 때문(후에 애인에게 들은 얘기다)으로 영 그렇게 오질 않는 것이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죽치고 다방에 앉은‘죄’로 말미암아 그 다방의 마담과 레지 아가씨가 눈총을 준 때문으로 무려 세 잔의 커피를 거푸 시켜 마신 기억이 있다.  당시 펄 시스터즈의 히트곡이었던 ‘커피 한 잔’이란 노래의 가사가 왜 그리도 당시 나의 입장과 꼭 맞던지 모를 일이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여하튼 지금도 나와 같은 중년 이상들에겐 여전히 다방이 어떤 아련한 노스탤지어의 대상임은 불문가지라 하겠다.  하지만 세월이 변함에 따라 커피문화의 패러다임까지 바뀌는 통에 그 많던 다방들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어디로 갔는지 도통 모르겠다.

 

   오늘은 정기적으로 책을 사 보는 날이었음에 퇴근길에 대전역 앞의 모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샀다. 그리곤 대전역 지하도를 통하여 나오다보니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김삿갓 다방이 눈에 띄어 새삼스레 반가웠다.  그런데 다방의 상호 중엔 ‘장미 다방’ 내지는 ‘만남 다방’ 등의 곱고 좋은 이름도 많건만 왜 유독 그렇게 방랑시인이었던 김삿갓의 이름을 도용(?)하여 만들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유추하건대 그건 아마도 명국환 님의 노래‘방랑시인 김삿갓’의 가사처럼 전국을 유랑걸식하면서도 고작 술 한 잔에 만족하며 해학적인 시를 뿌렸던 천재시인 김삿갓처럼 마음이 넉넉한 사람과 더불어 누군가를 만나고자 어디로든 가는 손님(客)이면 언제든 무시로 들르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이야 퇴근하는 즉시로 집으로 직행하는 나날이다.  하지만 가끔은 비 내지 눈이라도 내려 공연히 멜랑콜리한 감상이 되는 때면 다방에 가고픈 맘도 없지 않다.  부러 다방 마담 내지는 레지아가씨에게 커피를 사 주면서 객쩍은 농이라도 흩뿌리고픈 그런 심정으로...... 말이 씨 된다고 그래서 조만간 실로 오랜만에 김삿갓 다방에 들러 볼 요량이다. 하지만 과거 아내와 열애하던 시절 온다는 손님인 애인은 안 오고 그래서 속이 탔던 나머지 연신 공짜인 엽차(맹물)만 마신다며 구박을 줬던 마담과 레지 아가씨는 역시나 없겠지?  집에 돌아와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 CD를 틀었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섹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섹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가슴에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농담을 던졌던 그 시절까지 덩달아 묻어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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