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테니슨 (Alfred Tennyson 1809-92)

빅토리아 여왕은 18세에 왕이 되어 죽을 때까지 64년을 왕위에 있었다. 현 엘리자베스 여왕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 왕위에 있었다. 그녀의 재위 기간을 빅토리아 시대라고 하는데 대영제국의 최 전성기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가 되었다. (The sun never sets on the British Empire.)

 

    빅토리아 여왕은 20세에 사촌인 앨버트 공작과 결혼하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의 미모와 인품에 매료되었다. "이런 밤은 결코 결코 지낸 적이 없었다. 그는 내가 꿈에도 바라지 못했던 천상의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첫날 밤을 지내고 일기장에 쓴 글이다.

 

    앨버트가 죽을 때 까지 20여년을 서로 사랑하며 9명의 자녀를 만들었다. 빅토리아가 38세가 되었을 때 의사가 생산을 그만하라고 경고하자 "침대에서 재미를 보지 말라고요?" 어느날 재미를 본 후 10번째 애가 임신이 되지 말라고 10번이나 침대에서 점핑했다. 이렇듯 육체적으로도 사랑을 즐기다가 앨버트가 죽자 큰 충격을 받아 국무에 손을 떼고 한동안 두문불출하기도 하였다. 남편에 대한 애도로 죽을 때까지 40년 동안 계속 흑색 옷을 입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남편이 죽고나서 <성경> 다음으로 테니슨(Alfred Tennyson 1809-92)의 시집 <思友譜> (In Memoriam)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 <사우보>는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시이다. 대학교에서 사귄 친구로 여동생과 약혼한 사이였다. 3천 行이나 되는 긴 시인데 그중에 너무나 잘 알려진 2행 만 소개하면:

사랑을 잃더라도 사랑을 한 것이

한 번도 사랑을 안 해 본 것보다 낫다

 

'Ti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ever to have loved at all.

 

    테니슨은 여덟 살에 시를 쓰기 시작, 18살에 형과 함께 시집을 펴냈고, 33살에 시인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 41살에 <사우보>로 대 성공을 거두었다. 워즈워스를 계승하여 계관시인이 되었는데 끝까지 대중들로 부터 사랑을 받아서 빅토리아 만큼 인기가 좋았다.

 

    그는 80세가 넘어서 자신의 '백조의 노래' (swan song) 라고 볼 수 있는 <모래톱을 건너며>를 지었다. 이제 자기가 건너지 않으면 안될 이 세상과 영원한 세계의 접경에 서서 멀리 미지의 세계를 바라다 보며 읊은 시이다.

 

<모래톱을 건너며> 피천득 역

Crossing The Bar

 

해지고 저녁별

나를 부르는 소리

나 바다로 떠나갈 때

모래톱에 슬픈 울음 없기를

 

Sunset and evening star,

And one clear call for me!

And may here be no moaning of the bar,

When I put out to sea,

 

무한한 바다에서 온 것이

다시 제 고향으로 돌아갈 때

소리나 거품이 나기에는 너무나 충만한

잠든 듯 움직이는 조수만이 있기를

 

But such a tide as moving seems asleep,

Too full for sound and foam,

When that which drew from out the boundless deep

Turns again home.

 

황혼 그리고 저녁 종소리

그 후에는 어둠

내가 배에 오를 때

이별의 슬픔이 없기를

 

Twilight and evening bell,

And after that the dark!

And may there be no sadness of farewell,

When I embark.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

물결이 나를 싣고 멀리 가더라도

나를 인도해 줄 분을 만나게 되기를

나 모래톱을 건넜을 때

 

For tho' from out our bourne of Time and Place

The flood may bear me far,

I hope to see my Pilot face to face

When I have crost the bar.

 

    제목부터 살펴보자. 영어 bar sandbar, 모래톱이다. 모래톱은 항구와 바다 사이에 있는 모래로 된 해변이다. 이승과 저승의 사이를 뜻한다. 그래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떠나려 하면서' 가 되겠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隱喩, 擬人化하였다. 逐語的으로(literally) 해석하면 話者가 밤에 물에 떠있는 배에 타고 선장의 인도로 모래톱을 지나 바다로 떠나려는 내용이지만, 比喩旳으로(figuratively) 보면 죽음에 임박한 話者가 아무런 파문도 일으키지 않고 미련도 없이 저승으로 가는데 창조주를 만난다는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제2,11행의 may 는 may your days be happy and bright 에서 처럼 해석하면 되겠고, 제6행의 too full for sound and foam 은 모래톱이 밀물로 꽉 차서 파도 소리도 거품도 일지 않는다는 뜻, 제7행의 that which 는 파도이지만 화자 자신을 뜻한다.

 

    구조는 四行四聯, 律은 弱強으로 三步, 四步, 五步가 다 있다. 脚韻은 abab cdcd efef gaga 이다.

 

 

    마지막으로 테니슨의 장시 <이녹 아든>을 소개한다. 영국 어느 바닷가의 소꿉동무 세 명의 이야기다. 이녹과 필립은 애니를 사랑했다.

 

<이녹 아든>

Enoch Arden

 

절벽 밑에 좁은 굴이 있었다:

이 속에서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했다.

하루는 이녹이, 다음 날은 필립이, 주인이 되었고

애니는 그들의 부인 노릇을 했다. 그러나 자주

이녹이 한 주일 동안 계속 주인이 되었다:

"이건 내 집이고 얘는 내 작은 아내야."

"내 꺼기도 해. 그러니 교대해야지" 필립이 말했다:

다투게 될 때마다 힘이 센 이녹이

주인이 되고, 필립은 푸른 눈에서

어쩔 수 없는 분노의 눈물을 홍수같이 흘리며

"이녹, 너 미워" 라고 소리 지르는데, 이렇게 되면

작은 아내는 덩달아 울면서

자기 때문에 싸우지 말라고 두 애한테 빌고

둘한테 다 작은 아내가 되겠다고 말하곤 했다.

 

A narrow cave ran in beneath the cliff:

In this the children play'd at keeping house.

Enoch was host one day, Philip the next,

While Annie still was mistress; but at times

Enoch would hold possession for a week:

`This is my house and this my little wife.'

`Mine too' said Philip `turn and turn about:'

When, if they quarrell'd, Enoch stronger-made

Was master: then would Philip, his blue eyes

All flooded with the helpless wrath of tears,

Shriek out `I hate you, Enoch,' and at this

The little wife would weep for company,

And pray them not to quarrel for her sake,

And say she would be little wife to both.

 

    다 자란 후 이녹은 애니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행복한 9년의 세월이 흘렀고 슬하에 세 자녀를 두었다. 이녹은 배에서 일하다가 발이 부러져 일자리를 잃었다. 옛 선장이 동양으로 가는 배의 항해사 자리를 주었다. 그는 애니가 살아 갈 수 있도록 가게를 마련하고, 아내가 주는 막내 아이의 머리카락을 받아 들고 항해에 나섰다.

 

    애니는 장사에 서툴었다. 점점 가난에 찌들었고, 병약한 막내는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었다. 필립은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 주었고, 생활 보조도 하였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필립은 청혼하였다. 애니는 일년 동안 생각해 보다가 필립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나 항상 이녹이 돌아온 것 같은 인기척을 느끼며 불안하게 살았다. 필립의 아이를 낳고서야 안정을 찾았다.

 

    이녹은 동양에서 돌아오다가 배가 난파하여 무인도에서 살다가 구조되어 고향에 돌아왔다. 주막의 노파로부터 사정을 알게 되었고 필립의 집을 찾아갔다. 창문을 통해 애니와 아이들과 필립을 보았다. 이 단란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하여 발걸음을 돌렸다.

    이녹은 주막에서 하숙 생활을 하며 품팔이 노동을 하다가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죽게 되었다. 주막 노파에게 자기 신분을 밝혔다,

 

    "내 죽은 아들의 이 머리카락은 아내가 짤라 줬는데 /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으면서 / 내 무덤에 가지고 가려고 생각했지요. / 그런데 마음을 바꾸었어요. 천당에 있을 / 내 아들을 곧 만날테니까요. 그러니 나 죽으면 / 이것을 아내에게 전해 주세요. 평안을 찾겠지요. / 무것보다도 그녀에게 표시가 될거요 / 내가 이녹이라는 것을요."

Boston Life Story

보스턴 라이프 스토리는 보스턴 한인들의 소소한 삶을 정감있게 표현하여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보스턴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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