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25회 헌트 (Leigh Hunt 1784-1859)

헌트(Leigh Hunt 1784-1859)는 시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수필가, 평론가, 극작가, 편집인으로 영국 낭만파 운동에 많은 기여를 했다. 영향력 있는 문학 잡지를 만들고 편집하면서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실려 주었고 그들을 적극 후원하였다. 특히 셸리, 키이츠, 브라우닝의 재질을 발견하여 문학계에 소개했고 셸리와 키이츠와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키이츠가 이태리로 떠나기 전 폐결핵으로 앓고 있을 때는 그의 곁에 있으면서 열심히 간호해 주었다. 다음 해에는 셸리와 바이런의 초청으로 이태리에 가서 새로운 문학 잡지를 시작하였는데 셸리가 불행하게 물에 빠져 죽었기 때문에, 그래서 바이런도 흥미를 잃고 희랍과 터키의 전쟁터로 가버렸기 때문에, 그 문학 운동은 무산되고 말았다. 키이츠도 이태리에서 일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그래서 이 년 동안에 친한 시인 셋을 다 잃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돕겠다던 셸리가 죽게 되자, 빚을 지면서 가족까지 다 데리고 온 헌트는 이태리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부터 가난을 벗어나는데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다방면에 재주가 많았으나 시인으로서는 바이런, 셸리, 키이츠처럼 일류 급 시인이 되지 못하였고 자신도 재질이 모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시에는 깊이와 열정이 없다는 것이다.

 

    헌트의 시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제니가 나한테 키스했어>는 처음에 <론도> (Rondeau)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제니가 나한테 키스했어>

Jenny Kiss'd Me

 

제니가 나한테 키스했어, 우리가 만났을 때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시간아, 이 일을 네 수첩에 써 넣어라

단 것이면 무엇이든 빼앗아서 쓰는 이 도둑아.

 

Jenny kiss'd me when we met,

Jumping from the chair she sat in;

Time, you thief, who love to get

Sweets into your list, put that in!

 

내가 지쳤다고, 내가 슬프다고

건강도 잃고 부유함도 잃고 있다고

늙어가고 있다고 모두 써라. 그렇지만 잊지말고 꼭

제니가 나한테 키스했다고 써라.

 

Say I'm weary, say I'm sad,

Say that health and wealth have missed me,

Say I'm growing old, but add

Jenny kiss'd me.

 

    헌트가 친구 칼라일(Thomas Carlisle)을 방문했는데 그의 부인 제니(Jenny)가 갑작스러운 방문에 너무 반가워 헌트에게 키스를 해 주었다. 그날 밤에 영감을 받고 쓴 매력이 넘치는 시이다.

 

    (칼라일 부부는 너무나 잘 싸우며 사는 사이라서 "하느님이 이 두 사람을 결혼하게 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네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 만을 불행하게 만드셨으니까요." 라고 한 친구가 말했다.)

 

    그당시 유행성 독감이 돌던 때였기 때문에 어느 익살맞은 친구가 시의 마지막 두 行을 바꾸어 넣었다:

 

제니가 나한테 키스를 해서

내가 독한 감기에 걸렸다고 써라

 

Say I've had a filthy cold

Since Jenny kiss'd me.

 

  구조는 시인들이 자주 쓰는 四行聯(quatrain)이다. 두 연으로 되어 있으니까 四行二聯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韻律을 따져보면, 대개 홀수 行은 7 음절, 짝수 행은 8 음절이고, 脚韻은 abab cdcd 이며, 頭韻도 있으며 (5-7 행이 모두 say 시작), 中間韻도 있다 (health and wealth).

 

    헌트의 <사랑의 교훈>과 <과수원의 좀도둑 요정들의 노래>를 소개한다. 세 시가 모두 깊이는 없어도 애교에 넘치는 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랑의 교훈>

A Love Lesson

 

속으로는 웃으면서 "안되요 안되요!" 애교 떠는 것이

진정 솔직한 소녀라는 것을 알아 두어요.

싱겁게 그냥 "좋아요" 한다면, 정말로, 너무 평범하고

너무 흔한 대답이라는 것 분명히 알기 바라고 있어요.

 

A sweet "No! no!" with a sweet smile beneath

Becomes an honest girl, — I'd have you learn it;

As for plain "Yes!" it may be said, i' faith,

Too plainly and too oft, — pray, well discern it!

 

내가 덜 즐거워하고 싶어서가 아니고

내 입술이 바라는 키스를 노치려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 그 키스를 허락할 때, 내 귀여운 이여,

"안되요. 어림도 없어요" 라는 말 듣고 싶다는 것이지요.

 

Not that I'd have my pleasure incomplete,

Or lose the kiss for which my lips beset you;

But that in suffering me to take it, sweet!

I'd have you say — "No! no! I will not let you!"

 

<과수원의 좀도둑 요정들의 노래>

Song of Fairies Robbing an Orchard

 

우리 요정들은 즐겁고 익살맞아요

몸집이 크지도 않지요

달빛은 언제나 우리를 보호하지만

과수원에서는 자주 우리를 훔쳐봅니다

 

We, the Fairies, blithe and antic,

Of dimensions not gigantic,

Though the moonshine mostly keep us,

Oft in orchards frisk and peep us.

 

훔친 사탕은 언제나 더 달고

훔친 키스는 더욱 끝내주고

교회에서 훔쳐 보면 더 이뻐 보이고

사과도 훔치고 훔쳐야 해요

 

Stolen sweets are always sweeter,

Stolen kisses much completer,

Stolen looks are nice in chapels,

Stolen, stolen, be your apples.

 

온 세상이 잠자리에 들어갈 때

바로 이 때가 과수원 터는 시간

과일은 훔치고 또 훔치지 않으면

베껴 먹을 재미가 없지요

 

When to bed the world are bobbing,

Then's the time for orchard-robbing;

Yet the fruit were scarce worth peeling,

Were it not for stealing, stealing.

 

    <사랑의 교훈>은 구조가 四行二聯, 脚韻이 abab cdcd, 頭韻이 제1행에서 sweet sweet smile 이고, 3행의 i' faith 는 in faith, 7행의 in suffering me to take itwhen you allow me to take the kiss 이다. <과수원의 좀도둑>은 구조가 四行三聯, 각운이 aabb, 두운이 5행에서 Stolen sweets are always sweeter 이다. 마지막 행에서 were it not 은 if it were not 이다.

 

    헌트의 부모는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이다.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다. 미국 독립 운동 때 親英國泒였기 때문에 미국에 있을 수 없어서 영국으로 갔으며 힌트를 영국에서 낳았다. 헌트자라면서 문학을 착실히 배웠다. 형과 함께 문학 주간지를 시작하였는데 영향력이 대단한 주간지가 되었다. 정치와 사회 문제도 다루었다. 노예 폐지, 가톨릭교에서의 해방, 국회와 범죄법의 개혁을 주장하다가 2년간 투옥되었다. 감옥에 있으면서도 주간지를 계속 편집 발행하였다. 그래서 '자유를 추구하는 순교자' 라고 불리웠다.

 

    결혼은 25세에 하였다. 부인은 지적인 여인이 아니었고 어머니 노릇도 제대로 못했다. 나중에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헌트 몰래 헌트 친구들한테 돈을 꾸기도 잘 했다. 그래도 헌트는 끝까지 부인에게 충실하였다. 헌트의 아들은 "아버지가 어머니 동생하고 결혼을 했어야 했는데" 라는 말까지 했다. 어머니 동생은 책도 두권이나 쓴 여인으로 죽은 후에 언니와 헌트의 옆에 묻혔다.

Boston Life Story TV

보스턴 라이프 스토리는 보스턴 한인들의 소소한 삶을 정감있게 표현하여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보스턴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이트 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