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24회 키이츠 (John Keats 1795-1821)

이태리의 로마를 다녀오신 분들은 스페인의 계단(Spanish Steps)중턱에 앉아 피곤한 다리를 쭉 뻗고 햇빛을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을 것이다. 주위를 좀 주의해 살피셨다면 계단 밑 양쪽에 쌍둥이 집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을 보셨을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영국의 낭만 시인 키이츠 (John Keats 1795-1821)가 투병하다가 25세의 젊은 나이로 죽은 집이다. 지금은 키이츠와 셸리의 기념관이 되어있다.

 

    키이츠는 23살에 18살 된 패니(Fanny Brawne)를 열렬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약혼은 하였으나 패니의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을 미루고 있었다. 의사가 되려다가 시인으로 돌아서서 궁핍하게 사는 형편이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키이츠는 피를 토했다. 페결핵으로 앓고 있던 동생을 열심히 간호하다가 동생한테 옮은 것이다. 의사의 권고대로 추운 겨울을 따뜻한 이테리에서 보내기로 했다. 순탄치 못한 여행으로 이태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몸이 기진하였고, 치료라고 해서 주는 음식이라는 것이 하루에 멸치 한 마리에 빵 한 쪽이라 영양실조까지 되어 죽음을 재촉한 셈이다.  진통제도 못 받아 너무 고통이 심해서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도 살아 있다고 통곡을 했다.

 

    키이츠는 봄이 되어 완쾌된 몸으로 돌아가 패니를 만나려고 했으나, 겨울이 지나기도 전에 눈을 감았다. 패니한테서 받은 마스코트를 손에 꼭 쥔채로 죽었다. (패니는 6년 동안 상복을 입었고 상복을 벗고 나서도 또 6년을 보낸 후에 결혼을 하였다.)

 

    비록 그들의 사랑은 2년을 넘기지 못했지만 키이츠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고 시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 날들이었다. <빛나는 별>도 그당시 키이츠가 패니에게 준 사랑의 시였다. 읽어보자. (이재호 역을 조금 바꾸었다.)

<빛나는 별> 이재호 역

Bright Star

 

빛나는 별이여, 내가 너처럼 한결같으면 오죽 좋으랴

네가 밤 하늘에 높이 걸려 황홀한, 그러나 외로운 빛으로

참을성을 가지고 잠자지 않는 자연의 은둔자처럼

영원히 눈을 크게 떠서

 

Bright star, would I were stedfast as thou art—

Not in lone splendor hung aloft the night,

And watching, with eternal lids apart,

Like nature's patient, sleepless Eremite,

 

출렁이는 바닷물이 인간이 사는 해안 주위를,

마치 사제가 일하듯, 깨끗이 씻어주는 것을 보거나

혹은 부드러운 눈이 산과 황무지를 덮는 것을

응시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

 

The moving waters at their priestlike task

Of pure ablution round earth's human shores,

Or gazing on the new soft-fallen masque

Of snow upon the mountains and the moors—

 

아니지 -- 단지 너같이 항상 한결같고 항상 변함없게

내 아름다운 애인의 무르익은 젖가슴에 묻혀

영원히 그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영원히 달콤한 동요 속에 잠 깨어

 

No—yet still stedfast, still unchangeable,

Pillow'd upon my fair love's ripening breast,

To feel for ever its soft swell and fall,

Awake for ever in a sweet unrest,

 

움직이지 않고서, 부드러이 들이쉬는 숨결을 들으며

영원히 살수 있다면 -- 아니면 기절해 죽고 싶구나

 

Still, still to hear her tender-taken breath,

And so live ever—or else swoon to death—

 

    <빛나는 별>에서 話者는 애인의 무르익은 젖가슴을 베개 삼아 그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느끼고 부드러이 들이쉬는 숨결을 듣기를 원한다. 하루도 아니고 일년도 아니고 영원히 원한다. 그래서 매일 밤 반짝이는, 앞으로도 계속 반짝일, 북극성같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하고 있다. 화자에게는 북극성이 삼라만상에 해주는 이것 저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단지 영원하다는 것 자체만이 중요한 것이다.

 

    영어로 된 시와 대조해 보자. 시가 긴 한 문장으로 되어있는 데다가 영어와 우리말의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行끼리 대조하기가 힘들다. 괄호 안에 영어의 행 번호를 표시해서 골자를 써 보면: 별아 나는 너처럼 한결같을 수 있으면 좋겠다 (1) 네가 하늘에 높이 떠서 (2) 씻어주는 (6) 바닷물과 (5) 덮인 (8) 눈을 (7) 은둔자 같이 (4) 내려다 보고 있기 (3) 때문이 아니고 (2) 단지 네가 한결같고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9).

 

    키이츠는 죽기 바로 전에 패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아직도 불후의 명작을 만들지 못했어요. 내가 시간이 있다면 걸작을 만들어 남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게 할텐데 ..."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지난 5년 동안에 만든 수많은 작품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셰익스피어의 시에 못지 않다는 평을 받고도 있다는 것을.

 

    키이츠가 불후의 명작을 만들려는 의지, 경천동지(sky-tumbling, earth-shaking)의 사랑을 하려는 욕망, 그러나 이를 이루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는 예감, 이 세가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길 때>에 잘 나타나 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길 때> 역자 미상

When I Have Fears That I May Cease To Be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길 때,

나의 펜이 넘쳐나는 생각을 수확하기 전에

높이 쌓인 책들이 넉넉한 곳간처럼

글자로써, 잘 여문 곡식알을 채우기 전에.

 

When I have fears that I may cease to be

Before my pen has glean'd my teeming brain,

Before high-piled books, in charactery,

Hold like rich garners the full ripen'd grain;

 

별빛 많은 밤하늘에 거대한 구름이 그리는

아기자기한 옛 얘기의 상징을 바라보며.

타고난 마술의 손으로 그 자취를 찾기 전

행여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When I behold, upon the night's starr'd face,

Huge cloudy symbols of a high romance,

And think that I may never live to trace

Their shadows, with the magic hand of chance;

 

또한 한 때 잠시 만났던 아름다운 그대

그대 다시 보지 못하리라 느껴지고

분별없는 사랑의 마술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되어질 때, -- 나는 광막한 세계의

 

And when I feel, fair creature of an hour,

That I shall never look upon thee more,

Never have relish in the faery power

Of unreflecting love;--then on the shore

 

해변에 외로이 서서 생각에 잠깁니다.

사랑과 명예가 허무한 것이 될 때까지

 

Of the wide world I stand alone, and think

Till love and fame to nothingness do sink.

 

    제1聯: 자신이 시 쓰는 과정을 농부들이 추수하는 것에 隱喩하였다. 머리 속에서 (땅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상을 글로 써서 (씨를 뿌리고 길러서 수확해서) 책으로 만든다 (창고에 쌓아 넣는다). 그러나 이 대망을 이루기 전에 죽을 것 같다는 불안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글로 나타낸다는 표현을 in charactery 라고 했다.

 

    제2연: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 하늘에 거대한 구름이 흘러가는데, 이 구름은 옛날 기사들과 귀부인들이 엮어 나간 고귀한 로맨스 (high romance) 를 상징하고 있다. 이들의 사랑은 자주 신기할 정도로 우연 (magic hand of chance) 으로부터 시작하였는데, 나도 이런 우연 (good luck) 을 얻어서, 구름이 내려뜨리는 그림자를 따라서 (trace their shadows) 즉 그들의 여러가지 사랑과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러나 죽음이 먼저 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것이다.

 

    제3연: 첫 행에 나오는 fair creature of an hour 는 애인을 부르는 호칭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of an hour) 자신을 부른다고 볼 수 있다. 다시는 분별없는 신기한 사랑의 즐거움을 누릴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명예가 바다에 잠겨 없어 지는 것은 광막한 세상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체념하는 것일까?

 

    두 시가 모두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형식이다. 모든 行은 弱強五歩이다:

 

Bright star / would I / were sted / fast as / thou art

When I / have fears / that I / may cease / to be

 

脚韻은 abab cdcd efef gg 이다.

Boston Life Story TV

보스턴 라이프 스토리는 보스턴 한인들의 소소한 삶을 정감있게 표현하여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보스턴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이트 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