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21회 바이런 (George Gordon, Lord Byron 1788-1824) (1)

막강한 세력으로 전 유럽을 점령한 나폴레옹은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과 프러시아의 연합군에게 대패하였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간 영국의 웰링턴 장군은 영웅이 되었고 그러지 않아도 바람둥이(womanizer)었던 그에게는 시장이 무척 넓어졌다. 금새 유부녀와의 염문이 퍼졌다. 프란시스라는 귀부인인데 오늘의 주인공 바이런(George Gordon, Lord Byron 1788-1824)과 관계가 있었던 여인이다.

 

    바이런은 이 소식을 그냥 귀로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차버린 여인이었다 하더라도 아쉬움이 없지 않았을 터인데 그의 여성 행각에서 유일하게 버림을 받다시피 헤어졌으니 말이다. 더구나 넓은 유럽의 바람둥이를 버리고 좁은 영국의 바람둥이한테 가다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을 달래려고 쓴 시가 바로 <우리 둘이 헤어지던 그때> 이다.

<우리 둘이 헤어지던 그때> 이재호 역

When We Two Parted

 

말없이 눈물 흘리며

가슴 찢겨지듯,

여러 해동안 떨어지려

우리 둘이 헤어지던 그때

너의 뺨 파랗게 질려 차가왔고,

너의 입맞춤 더욱 차더니

참으로 그때가 지금의

이 슬픔을 예언 했었구나!

 

When we two parted

In silence and tears,

Half broken-hearted

To sever for years,

Pale grew thy cheek and cold,

Colder thy kiss;

Truly that hour foretold

Sorrow to this.

 

아침 이슬 네 이마에

차갑게 내려

마치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예고해 주는 것 같았다.

네 맹서는 모두 깨어지고

가볍구나 너의 명성:

나는 네 이름을 남들이 말하는 걸 듣고

함께 창피를 느낀다

 

The dew of the morning

Sunk chill on my brow—

It felt like the warning

Of what I feel now.

Thy vows are all broken,

And light is thy fame;

I hear thy name spoken,

And share in its shame.

 

사람들이 내 앞에서 네 이름을 부르니,

내 귀에는 조종;

온몸이 몸서리 친다 --

왜 네가 그처럼 사랑스러웠던고?

그들은 모른다 내가 너를 알았었음을,

너를 너무나도 잘 알았던 나,

오래 오래 나는 너를 슬퍼하리라,

말하기엔 너무나 깊은 슬픔.

 

They name thee before me,

A knell to mine ear;

A shudder comes o'er me—

Why wert thou so dear?

They know not I knew thee,

Who knew thee too well—

Long, long shall I rue thee,

Too deeply to tell.

 

남몰래 우리는 만났었고:

말없이 나는 비탄한다

네 마음이 잊을 수 있었음을,

네 영혼이 속일 수 있었음을.

만일 내가 오랜 세월 후에

너를 만난다면,

어떻게 나는 네게 인사해야 할까?

침묵과 눈물로.

 

In secret we met—

In silence I grieve,

That thy heart could forget,

Thy spirit deceive.

If I should meet thee

After long years,

How should I greet thee?—

With silence and tears.

 

    제1聯은 이별이다. 확실치 않은 점이 많다. 가슴이 반만 찢어졌다는데 왜 반(half)이란 말이 나왔을까, 영원히 헤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시 만나기로 기약했기 때문에 반만 가슴이 찢겼을까? 아니면, 그녀는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는 뜻일까? 그녀의 입맞춤이 차다고 했는데 그녀가 사랑이 없어져서 형식적으로 키스를 한 것일까?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제2연에서는 그녀가 다시 만나자는 맹서를 저버리고 딴 남성에게 가서 추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話者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3연에 나오는 弔鐘(knell)이란 사람이 죽었음을 알리는 종이니까 구슬프다는 뜻일 수도 있고 사랑이 죽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화자의 사랑이, 아니면 그녀의 사랑이 죽었다는 것일까? 화자는 '어쩌자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앞으로도 계속 후회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가' 라고 통탄하고 있는 것 같다.

 

    제4연에서 남몰래 만났다니까 그들의 관계가 불륜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그녀는 불륜에서 시작해서 불륜으로 이어진다. 먼 훗날 다시 만나면 침묵과 눈물로 헤어졌듯이 침묵과 눈물로 대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침묵과 눈물이란 무슨 뜻일까? 앞으로도 계속 괴로워할 것은 분명하다.

 

    韻律을 살펴보자. 脚韻은 모든 聯들이 abab cdcd 의 형식을 취했다. 行의 길이는 즉 음절의 수는 같지 않지만 행마다 두 음절에 액센트를 주고있다(Accentual verse): When we two part ed / in sil ence and tears. 이 형식은 영국 최초의 서사시 <베어울프> (Beowulf)에서부터 쓰여진 律이다.

 

    바이런의 아버지는 잘 생긴 귀족이었으나 품행이 개차반이라서 방탕한 생활로 많은 빚을 지고 객사하였다. 바이런은 이런 아버지의 피를 받았다. 미남이었고 바람기가 대단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작이 되었고 상원의원이 되어 공장 직원을 위해 연설을 잘해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거기다가 낭만적인 감정을 시인의 입으로 표현하였으니 여인들이 가만 놔 두지 않았다. 바이런이 지나가면 온 동네 여자들이 창문을 열고 구경할 정도였다. 영국 수상의 부인은 "미쳤어, 못됬고, 위험해" (mad, bad and dangerous to know) 라면서도 끊지 못하고 계속 쫓아다녔다.

 

    이리하여 37세로 일찍 죽었으나 짧은 인생에 수백여명의 여성을, 처녀, 유부녀, 과부 할 것 없이 치마만 둘렀으면 관계를 해서 그들을 웃기고 울렸다. 아버지 첫 부인의 딸과 근친상간을 했고 동성연애까지 하였다. 특히 사춘기의 소년을 좋아해서 죽을 때도 옆에 소년이 있었다. 성적으로 조숙해서 8살에 첫사랑을 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 가사를 돌보는 처녀로부터 성적 희롱을 당했고 어머니의 연인으로 부터도 당하게 된 성적피해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바이런의 시의 주제도 음란한 사랑, 이루지 못할 사랑, 짝사랑, 금지된 사랑, 희망이 없는 사랑 등이 대부분이었고 그의 대표작인 장편 시 <돈 판> (Don Juan)도 바람둥이에 관한 시이다.

 

    바이런은 에이다(Ada Lovelace)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바이런 집안에 흐르는 방탕함과 무절제함이 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문학 공부를 철저히 방해하고 이과 분야의 학습만 하게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노심초사에도 불구하고, 자라서 수많은 남자들과 스캔들을 일으켰으며,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채 아버지와 같은 37세의 젊은 나이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가 되었고 1980년에 미국 국방부는 새로 만든 컴퓨터 언어를 에이다라고 명명했다.

 

    바이런이 케임브리지 대학 다닐 때의 일화로 끝을 맺는다. 학기말 고사 때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기적이 상징하는 종교적, 영적 의미를 서술하라." 는 문제가 나왔다. 그는:

 

물이 그 주인을 뵙고 얼굴을 붉혔다.

(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

 

라고 간단히 한 문장만을 적어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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