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18회 번즈 (Robert Burns 1759-96)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세계 각국에서는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을 부른다. 장례식에서나 졸업식에서나 친구와 헤어질 때에 손에 손을 잡고 이 노래를 부른다. 우리 말로도 번역이 되어 <작별> 또는 <석별의 정>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칠팔십대와는 더 인연이 깊다. 해방이 되고나서 얼마동안 우리의 애국가를 <올드 랭 사인>의 곡조에 맞추어 불렀다. 애국가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윤치호와 안창호가 작사하였다. 마땅한 작곡가가 없어서 안익태가 곡조를 새로 만들기까지 30년 동안 <올드 랭 사인>의 곡조를 빌렸던 것이다.

 

    또 우리가 청춘이었을 때 가슴을 울렸던 <哀愁> (Waterloo Bridge)라는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하였다. 워털루 다리에서 불행으로 끝난 사랑을 회상하며 연인이 준 마스코트를 만지고 있는 장면과 <올드 랭 사인> 주제곡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올드 랭 사인>은 스코틀랜드의 시인 번즈(Robert Burns 1759-96)가 구전해 내려오던 시를 처음으로 글로 썼고 이를 스코틀랜드의 민요곡에 맞추어 부르게 되었다. 제목을 직역하면 old long since 인데 의역을 하면 long long ago 나 days gone by 나 old times 이다. 원래의 뜻을 한번 더 음미해보자고 첫 절을 소개한다.

옛 친구를 잊어버리고  다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하나?

옛 친구를 잊어버리고  옛 날들을 잊어버려야 하나?

옛 날들을 위해서, 내 친구여, 옛 날들을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친절 한잔을 마시자 지난 날들을 위해서.

 

Should o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Should o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old lang syne?

For auld lang syne, my dear, for auld lang syne,

We'll take a cup of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번즈는 <올드 랭 사인>을 위시해서 스코틀랜드의 민요를 모아 시를 많이 지었다. 우리가 자주 부른 <아이 저를 어쩌나> (Duncan Gray)와 <들놀이>도 그중에 하나이다. <들놀이>는 김미선 시인이 어린이를 위해 "나아가자 동무들아 어깨를 걸고 ..." 로 작사했지만, 워낙은 <호밀 밭 사이로>라는 시이다.

 

    <호밀 밭 사이로>는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 동요이다. 동요나 동화가 어린이들이 읽고 즐기라고 쓰여져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다분히 성적 요소가 뿌리를 박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 시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 당시는 청교도 사회였다. 결혼 전 성행위를 추하게 생각했고 처녀가 총각과 관계를 맺은 것이 알려지면 몸 버린 여인으로, 헐거운 여자로 낙인 찍혀 매장당했다. 번즈는 처녀 총각이 호기심으로 재미로 하는 성교(casual sex)가 뭐 그리 대수냐, 애교로 받아주자 라는 것 같다.

 

<호밀 밭 사이로>

Comin' thro' the Rye

 

오, 제니는 젖어 있어, 불쌍해라.

제니는 마른 적이 없어

그녀는 다 젖은 페티코트 질질 끌면서

호밀 밭 사이로 나오는 거야.

 

O, Jenny's a' weet, poor body,

Jenny's seldom dry:

She draigl't a' her petticoatie,

Comin thro' the rye!

 

누가 누굴 만나서

호밀 밭에서

누가 누구에게 키스하면

나 살려 하며 소리 질러야 하나?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through the rye

Gin a body kiss a body,

Need a body cry?

 

누가 누굴 만나서

호밀 밭에서

누가 누구에게 키스하면

세상 사람 모두가 알아야 하나?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thro' the Rye

Gin a body kiss a body,

Need the warl' ken?

 

아가씨들은 모두 총각이 있는데

나한테는 없다고 말들 하지만

총각들은 날 보면서 미소를 하지

호밀 밭을 지나면서.

 

Ilka lassie has a laddie

Nane, they say, ha'e I

Yet a' the lads they smile at me

When comin' through the rye

 

    이쁜 시골 처녀 제니(Jenny)가 호밀밭 사이로 걸어 나온다. 치마가 젖어 있다. 비에 맞아서인지 이슬 때문인지 젖어 있다. 한두번도 아니고 항상 젖어 있다. 호밀밭 속에서 무엇을 했을까?  총각과 키스를 했나 성교를 했나? 치마는 성교 때문에 땀으로 젖었을까 아니면 젖었다는 것이 흥분했다는 뜻일까? 총각들은 제니 보고 총각이 없다고 하며 미소를 보낸다. 주인 없는 몸이니 나하고 놀자는 뜻일까?

 

    그당시 스코틀랜드의 방언을 많이썼기 때문에 단어 풀이를 해보면, a' = all, weet = wet, draigl't = draggled, gin = if, cry = call out for help, warl = world, ken = know, ilka = each,  nane = none, ha'e = have.

 

    미국 고등학교 필독서 중의 하나로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이라는 소설이 있다. 샐린저(J. D. Salinger)의 유일한 소설로, 마음은 착하지만 공부에도 친구에게도 모든 것에 재미를 못 부치고 방황하는 17세 된 학생이 주인공이다.

 

    모든 과목에 낙제 점수를 받고 방학이 되어 집에 가기 전에 뉴욕에 들린다. 뉴욕에서 데이트도, 술집도, 창녀에게도 다 재미를 못 부치는데,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호밀밭에서 누가 누굴 만나면" 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호밀밭에서 누가 누굴 잡으면" 으로 잘못 알아 듣는다. 어린이들이 호밀밭에서 놀다가 절벽에 떨어지면 어쩌나, 내가 붙잡아 주어야지, 그래 내가 자라면 잡아주는 사람(catcher)이 되겠어, 이렇게 생각하고 처음으로 즐거워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었다.

 

    <새빨간 장미>를 소개한다. 이 시에 나오는 "내 님은 새빨간 장미 같애" 는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구절이다. 홀마크 카드에도 자주 쓰여있고, 학교 벽에도 걸려있다.

 

<새빨간 장미> 이재호 역

A Red, Red Rose

 

오 나의 님은 6월에 새로이 피어난

새빨간 장미

오 나의 님은 곡조 맞춰 감미롭게

연주된 멜로디

 

O my Luve's like a red, red rose,

That's newly sprung in June:

O my Luve's like the melodie,

That's sweetly play'd in tune.

 

이처럼 너는 예뻐, 사랑스런 소녀야,

이처럼 깊이 나는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나는 너를 사랑하리, 내 님이여

온 바다가 말라버릴 때까지

 

As fair art thou, my bonie lass,

So deep in luve am I;

And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Till a' the seas gang dry.

 

온 바다가 말라버릴 때까지, 내 님이여

그리고 바위가 햇볓에 녹아 없어질 때까지

오 언제까지나 나는 너를 사랑하리

인생의 모래알이 다 할 때까지

 

Till a' the seas gang dry, my dear,

And the rocks melt wi' the sun;

And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While the sands o' life shall run.

 

그러나 잘 있어, 단 하나의 내 님이여

잠시 동안 잘 있어

그럼 나는 다시 돌아오리, 내 님이여

만 마일을 걸어야 할지라도!

 

And fare-thee-weel, my only Luve!

And fare-thee-weel, a while!

And I will come again, my Luve,

Tho' 't were ten thousand mile!

Boston Life Story TV

보스턴 라이프 스토리는 보스턴 한인들의 소소한 삶을 정감있게 표현하여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보스턴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이트 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