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복의 영시(英詩)  산책

장용복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오페라 산책>, <서양 명화 산책>, <서양 고전 문학 산책>, <한국 서예 산책> 등을 기고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제공해 왔습니다. 작년(2016년) 말에는 심장마비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완쾌되기도 전에 집필하신 <장용복의 영시 산책>을 보스턴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1회: 시는 영혼의 음악이다

왜 인류는 시인을 낳고 시인은 시를 쓰며 사람들은 시를 읽는가? 시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 되려면 사랑에 빠지거나 불행해져야 한다. 그 사랑에 빠져서 피워낸 한 송이의 꽃이 시인 것이다. 이렇게 바이런(Byron)은 말했다.

시는 영혼의 음악이다 (Voltaire). 강렬한 감정이 스스로 우러나온 글이고 (Wordsworth), 가장 숭고한 마음이 가장 훌륭하고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록한 글이다 (Shelley). 즐거움과 진실이 합쳐진 예술이고 (Samuel Johnson), 마음과 자연이 합쳐진 세계 공통의 언어이다 (William Hazlitt). 이렇게 시는 사랑, 진실, 자연, 영혼, 마음, 감정을 다루고 있다.

 

시는 이러한 내용 즉 詩想을 간단하게 여러 줄로 표현하고 있다. 산문으로 쓰면 여러 페이지에 써야 할 분량을 몇 줄로 함축하였다. 그래서 소설 읽듯이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 때가 많다. 따라서 이해하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영어로 된 시가 우리 말로 번역이 되면 더 읽기가 힘들고, 원문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우리 말의 情이라던가 恨이라는 뜻을 영어로 번역하기 힘들 듯이, 영어를, 문화와 습관이 다른 언어를 번역한다는 것은, 더구나 짧은 줄을 짧은 줄로 번역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고 원래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영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우리말로 번역된 시 만을 읽을 것이 아니라 영어로 된 원문을 제대로 해석한 후에 영어로 읽어야 할 것이다.

 

영어로 읽어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음악에 리듬이 있고 강약이 있듯이 영시에는 韻律이 따르고 있다. 시의 뜻 말고도, 읽는데 또 듣는데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영어로 읽고 또 읽고 외우듯 읽어야 진국을 맛볼 수 있다.

 

시의 운율은 음악과 매우 비슷하다. 많은 시들이 음악의 가사가 되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음악을 해부해 본다.

 

윤극영 작사 작곡의 <반달>을 골랐다.

(윤극영 씨에게는 10년 위의 누님 한 분이 있었다. 누님은 시골로 시집을 갔는데 가세가 기울어 늘 가난 속에서 힘든 시집살이를 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21살의 청년이던 윤극영은 그 때 집 근처 공원으로 가서 밤새도록 울었다. 새벽에 은하수 같은 엷은 구름 너머로 반달이 걸려 있었고 그 멀리로 샛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반달>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반달>은 두 절로 되어있는데 제1절은 다음과 같다.

 

푸우른 하아늘 으은하 수우우

하아얀 쪼옥배 에에에 에에에

계에수 나아무 하안나 무우우

토오끼 하안마 리이이 이이이

도옷대 도오아 니이달 고오오

사앗대 도오없 이이이 이이이

가아아 기이도 자알도 가안다

서어쪽 나아라 로오오 오오오

 

한 節은 여덜 줄, 전문어로 여덜 少節로 되어 있다. 모든 소절은 4마디로 되어있고, 한 마디는 3拍子, 그래서 한 소절은 12박자로 되어있다. 한 마디는 첫 박자를 강하게 그리고 나머지 두 박자는 약하게 불러 '강약약' 이 된다. 예로 '푸우른' 에서 '푸' 는 강하게 '우른' 은 약하게 부른다. 그러니까 한 소절은 '강약약 강약약 강약약 강약약' 이 되는 것이다.

 

첫 소절과 세째 소절은 같은 '우'로 끝나고, 네째와 여섯째는 '이'로, 다섯째와 여덜째도 같은 '오'로 끝난다.

 

로제티(Rossetti)의 시 <기억해 주세요> (Remember)를 읽어보자.

 

Re - mem - ber me when I am gone a - way,

Gone far a - way in - to the si - lent land;

When you can no more hold me by the hand,

Nor I half turn to go, yet turn - ing stay.

 

위의 한 聯(stanza)은 네 行(verse)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연은 음악의 절에 해당하고 행은 음악의 소절에 해당한다.) 각 行은 모두 열 音節(syllable)로 되어 있다. (음악의 박자에 해당한다.) 弱한 音節 다음에 強한 音節이 한 쌍이 되어 (음악의 마디에 해당한다.) 다섯 번 반복한다. '약강 약강 약강 약강 약강' 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弱強五步(iambic pentameter)라고 부른다. <반달>은 '강약약' 이 네번 반복하는데 (강약약 강약약 강약약 강약약) 이런 경우를 強弱弱四步(dactyl tetrameter)라고 한다.

 

그러니까 'The Child is fa - ther of the Man' 은 弱強四步(Iambic tetrameter)라고 부를 수 있다. 시의 이런 여러가지 형태를 律(meter)이라고 부른다.

 

제1행과 제4행은 '에이' (away, stay) 로 끝나고 제2행과 제3행은 '앤드' (land, hand) 로 끝나는데 이를 脚韻(rhyme)이라고 한다. 類韻(assonance)이라는 것도 있는데 행의 가운데에서 같은 모음의 단어들을 쓰는 것이다 (bright, delight). 頭韻(alliteration)이라는 것도 있다. 같은 자음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같은 행에 쓰는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소네트의 첫 행에서 me, marriage, mind 가 나오는 경우이다.) 특수 효과를 내기 위하여 쓰고 있다. 시의 이런 음의 조화를 韻(rhyme)이라고 한다.

 

이런 韻과 律에 맞추어 詩作을 하려니까 알맞는 단어 대신에 어색한 단어를 쓸 때도 있고, 단어의 순서, 語順(word order)을 문법에 맞추어 쓰지 않고 바꾸어 나열할 때가 많다.

 

어순을 따르지 않은 예를 들어 보자. 쉐익스피어 <소네트 116> 의 첫 연은 다음과 같다:

 

Let me not to the marriage of true minds

Admit impediments. Love is not love

Which alters when it alteration finds,

Or bends with the remover to remove:

 

위의 첫 두 행을 어순에 맞추어 쓰면 아래와 같다.

 

Let me not admit impediments

to the marriage of true minds. .....

 

또 3행의 it alteration findsit finds alteration 이 맞는 어순이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각운을 맞추기 위함이었고 (mindsfinds,  loveremove), 두운도 맞추려 함이었다 (me, marriage, mind).

 

이 연이 어떻게 우리 말로 번역이 되었는지 보자. (우리가 이 연을 읽을 때 알아야 할 점은 그 당시의 교회 결혼 법이다. 결혼하기 전에 미리 공고를 해서 하자가 없어야 결혼할 수 있었다. 지금도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 교회법을 지키고 있다. 첫 행에 나오는 impediments 는 그런 하자를 뜻하고 있다.)

 

진실한 사람들의 결혼에

방해를 용납하지 않으리라.

변화가 생길 때 변하고

변심자와 같이 변심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로다.

(피천득)

 

진실한 마음을 가진 연인들의 결혼에

나는 결코 혼인장애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리라.

상황이 바뀌면 변하거나 강요에 굴복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김철수)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혼을

방해하지 말지니. 변할 거리가 생겼을 때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지,

혹은 핑계가 있을 때 사라지는 것도 사랑이 아니지.

(오민석)

 

진실한 마음들의 결합에

부디 방해물을 허락지 마소서!

변화가 찾아왔을 때 돌아서거나,

떠나간 사람과 함께 단념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역자 미상)

 

이상과 같이, 시적으로 번역하려는 분이 있는가 하면, 시적 표현보다는 원문에 더 충실하려는 분도 있다. 영시 자체가 애매할 때도 있고 여러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을 경우도 많기 때문에 우리 말로 번역된 시 만을 읽게 되면 진수를 놓칠 수 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앞으로 시를 소개할 때 우리말로 번역된 시 밑에 영어로 된 원본을 같이 실었고 주석을 많이 붙였다. 될 수 있는 한 영문학자들의 번역을 실렸는데 번역이 없을 경우에는 필자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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